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C핫포커스]질적 하락 부추기는 2연전 시리즈, 개선책 더 미뤄선 안된다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2연전 시리즈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무더위와 잦은 이동으로 인한 피로 누적 탓이다. 최신식 설비가 구축된 버스지만, 경기 피로를 풀고 잠을 청하기엔 역부족. 장거리 이동 일정이면 경기를 마친 뒤 꼭두새벽에 숙소에 도착해 씻고 자기도 시간이 빠듯하다. 몇 시간 눈을 붙인 뒤엔 또다시 저녁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불볕더위가 휘감은 한낮의 그라운드로 출근해야 한다.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없는 프로의 숙명, 버티고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5팀이 몰려 있는 수도권팀 선수들은 그나마 여건이 낫지만, 이동거리가 긴 지방팀 입장에선 2연전 시리즈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올해는 2연전 시리즈 여파가 유독 커 보인다. 매일 아침 '폭염 경보 문자'를 보는게 일상. 2연전 체제가 막을 연지 2주가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10개 구단 선수들의 피로는 절정을 향해 치닫는 모양새다. 수도권-지방할 것 없이 대부분의 선수들이 "올해는 유독 덥고 힘든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력 이탈 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채드벨은 지난 13일 대전 NC 다이노스전 선발로 예고됐다가 박주홍과 교체됐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채드벨이 '장시간 버스를 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허리가 다소 타이트 했다'고 밝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은 최근 탈수증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도중 두통으로 교체됐던 그는 14일 사직 KT 위즈전에서도 경기 중 두통, 어지럼증을 호소해 결국 벤치로 물러났다. 잦은 이동과 한낮 땡볕부터 경기 준비 훈련을 반복하면서 누적된 피로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2연전 시리즈는 10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5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2013~2014시즌에도 2연전 시리즈가 존재했다. 하지만 당시 9구단 체제로 1팀은 휴식일을 보장 받을 수 있었기에 여유가 있었다. 모든 팀들이 2연전 시리즈에 던져진 뒤부터 부담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선수단 체력 부담, 부상 위협 증가가 결국 경기의 질적 하락과 흥미 감소로 연결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연전 시리즈는 해마다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뚜렷한 개선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됐던 것은 경기수 조절. 팀간 16차전 대신 12차전이나 15차전으로 변경이 대안으로 꼽혔다. 하지만 12차전시 총 144경기서 108경기로 정규시즌 경기 수가 크게 줄어들고, 구단 수익과 연결되는 '영업 일수'의 부족이 지적됐다. 팀간 15차전시 생기는 홈-원정 불균형 해소를 위해 격년으로 홈 경기 일수를 보장해주자는 안도 나왔지만, 형평성 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더 컸다. 일각에선 2연전 일정을 4~5월로 앞당기자는 의견도 내놓았지만, '대목'으로 꼽히는 4~5월에 2연전 일정을 소화하는게 마케팅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 탓에 곧 수그러들었다. 혹서기 휴식기 도입은 시즌 일정이 지나치게 길어진다는 점 탓에 묻혔다. 안이 나올 때마다 이런저런 문제들이 제기되기 일쑤였다. 경기 질적 하락으로 인한 흥미 감소 등으로 4년 연속 800만 관중 달성이 쉽지 않아진 올해를 계기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BO리그 한 팀 감독은 "2연전 문제점은 매년 나온 이야기 같다. 하지만 정작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 같다"며 "무더위 속에서도 경기장을 찾아주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해서 보다 나은 팬서비스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