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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온 사람' 철인 우하람이 쏘아올린 韓다이빙 희망[광주수영현장]

[광주=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20일 밤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남자 다이빙 플랫폼 10m 경기후 믹스트존, '한국 에이스' 우하람(21·국민체육진흥공단)을 향해 중국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우하람의 한자 이름을 물었다. 우하람이 고개를 저었다. "한자 없어요. 한글 이름이에요."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우하람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 통역을 전해들은 중국 기자들이 "우와!" 탄성을 질렀다.

'하람,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 21년 전, 이미 다이빙 선수의 운명을 예감한 우하람은 2019년 광주에서 눈부신 성장과 끈질긴 도전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하람은 20일 오후 8시45분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펼쳐진 국제수영연맹(FINA)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 남자 다이빙 10m 플랫폼 결승에서 6차 시기 합계 477.25점으로 전체 6위에 올랐다. 4차 시기까지 중국 에이스에 이어 3위를 달리며 사상 첫 동메달 기대감을 높였지만, 5-6차 시기 입수 실수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우하람은 이번 대회 개인전 1m 스프링보드, 3m 스프링보드에서 연거푸 4위를 차지했다. 이번 세계선수권 개인전 12위 내 결승 진출자에게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다. 우하람은 전날 3m 스프링보드에 이어 10m 플랫폼 준결승에서도 전체 4위로 결승에 진출하며 올림픽 티켓을 확보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 이날 결승에서 4차 시기까지 쟁쟁한 메달권 선수들과 팽팽한 대결을 이어갔다. 마지막 시기 입수실수로 메달을 놓쳤지만 우하람의 표정에선 아쉬움보다 희망과 자신감이 넘쳤다. 스스로의 성장에 뿌듯함을 드러냈다. 우하람은 광주에서 모든 경기를 마친 후 인터뷰에서 "전체적으로 결과에 만족한다. 세계선수권 개인 최고성적이고 메달권 선수들과 격차가 많이 줄었다. 제 자신이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우하람은 이번 대회 개인전 3개 종목과 김영남(24·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함께 한 3m 싱크로나이즈드 스프링보드(10위), 10m 싱크로나이즈드 플랫폼(6위) 등 5개 전종목에서 톱10, 결승행에 성공했다.

우하람은 당장의 성적이 아닌 '성장'을 이야기했다. "항상 대회를 치르면서 점점 성장한다고 느낀다. 실력면에서 성장했다고 느낀다"고 했다. "마지막 입수시 작은 실수를 줄이면 충분히 메달권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대한민국 다이빙 선수로서 한국 다이빙을 많이 알렸다고 생각한다. 한국 다이빙이 발전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매대회 폭풍성장을 이어가는 우하람을 향한 외국 선수, 코치, 외신 기자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우하람은 세계 다이빙계의 '철인'이다. 매대회 5개 종목에 출전하는 우하람을 외국 선수들은 경이롭게 바라본다. 우하람은 "외국 선수들의 시각에선 제가 엄청 힘들어보일 것이다. 많이 뛰어봤자 두 종목 뛰는데 대회에서 만나면 늘 '이번에는 몇 개 뛰느냐'고 물어본다. 신기하게 본다"고 귀띔했다. 한국의 엷은 선수층 속에 끊임없이 달리고 날아올라야 하는 에이스의 운명을 기꺼이 받아안았다. "밖에서 신기하게 보긴 해도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 뿌듯하다"며 웃었다.

빛나는 미래를 함께 준비해온 스승들과 코칭스태프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저를 지도해주신 권경민 코치님께 감사드린다. 선수보다 열정이 대단하시다. 저와 목표, 바라보는 방향이 같다. 저를 이 만큼까지 올려놔주셨다. 목표를 이루는 그날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늘 잘 챙겨주시는 박유현 국민체육공단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 윤연석 트레이너 선생님은 다이빙을 공부하시고 다이빙에 특화된 웨이트트레이닝, 식단을 세세하게 신경써주셨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한국 다이빙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광주에서 우하람은 도쿄의 희망을 노래했다. "이번 대회도 잘 준비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부족한 부분을 꼭 보완해서 도쿄에선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영혼의 브라더' 김영남과 함께하는 싱크로 종목에서도 월드컵 대회 출전을 통해 올림픽 티켓을 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싱크로 종목에 더 집중할 것이다. 더 많은 훈련을 통해 월드컵 대회를 통해 싱크로 티켓도 꼭 따오겠다"고 다짐했다.

다이빙의 불모지, 대한민국 스물한 살 청년의 '한우물' 분투와 오롯한 성장의 기록은 감동이었다. 출전한 전종목에서 결승에 올랐고, 세계적 에이스들과 메달을 다투며 내년 도쿄올림픽 다이빙 종목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을 높였다. 3년 전 리우올림픽에서 남자 다이빙 사상 첫 결선행 역사,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의 역사를 썼던 우하람이 광주에서 날아올랐다. 내년 도쿄에서 또 한 번의 새 역사를 예고했다. 광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