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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 현장스케치]잔칫날 즐기질 못한 롯데, 그리고 아쉬움

[창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무슨 말씀을 드려야될지 모르겠다."

21일 창원NC파크에서 모습을 드러낸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민병헌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2019 KBO리그 올스타전에 감독 추천 선수로 드림 올스타에 합류했지만, 이틀 전 양상문 전 감독의 사퇴 소식이 더 마음에 밟히는 모습이었다.

민병헌이 이날 본경기에 앞서 진행된 팬 사인회에 참가하자 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롯데 선수 중 유일하게 사인회에 모습을 드러낸, 처음 만난 선수이자 베테랑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민병헌은 "경기장에 올 때부터 이런 상황을 예상했는데 마음이 복잡하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언론 보도를 통해 (양 감독 사퇴 소식을) 접했다. 전날(광주 KIA전 원정)까지 아무런 조짐이 없었기에, 선수단 조차 (사퇴 분위기를) 몰랐던 부분"이라며 "올스타전이라는 잔칫날에 즐기면서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마음이 복잡한 상황에서 내 말 한마디가 선수단 뿐만 아니라 오늘 경기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를 생각해보면,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롯데는 민병헌 외에도 포수 나종덕, 투수 장시환이 감독 추천 선수로 올스타전에 나섰다. 프로 3년차 나종덕은 2년 연속 올스타 선발, 장시환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 희미한 미소만 지은 채 홈런레이스, 퍼펙트피치, 본경기를 치를 뿐이었다. 퍼펙트피치에서 활약한 민병헌이 잠시 웃었지만, 특유의 활기찬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날 양 전 감독을 대신해 롯데 지휘봉을 잡은 공필성 감독 대행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사양했다. 롯데 관계자는 "올스타전이 우리 홈 경기가 아닌 상황에서 이슈가 되고 감독대행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부분이 실례가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올스타 휴식기 중인 롯데 선수단은 23일부터 훈련에 돌입,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 후반기 첫 경기를 치른다. 양 감독 사퇴 및 공필성 수석코치의 감독 대행 체제로 출발하는 가운데 롯데가 최하위 멍에를 벗어내는 모습을 보일 지가 관심사. 민병헌은 "공 감독 대행은 그동안 함께 해온 분"이라며 "양 감독님이 물러나셨지만, 선수단은 야구를 계속 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을 해 나아가야 한다. 그게 (사퇴 결정을 한) 감독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 아닐까 싶다. 선후배, 동료들과 남은 경기를 열심히 해 나아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