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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대왕조개 논란後 20일..'정글의 법칙' 때늦은 징계 무슨 의미가 있나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태국의 법을 위반한 '정글의 법칙'에 대해 SBS가 대책을 내놓았으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SBS는 18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정글의 법칙' 촬영 중 태국의 멸종위기종인 대왕조개를 무단으로 채취해 논란이 된 제작진을 징계했다. 예능본부장과 CP, 프로듀서에게 각각 경고, 근신, 감봉의 조치를 내렸다. 또 태국에서 문제가 된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아일랜드' 편을 연출했던 조용재 PD는 연출에서 배제되는 것으로 결정했다.

SBS는 이날 오후 6시쯤 언론에 공식 자료를 보내며 "SBS는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아일랜드' 제작진의 태국 대왕조개 채취와 관련하여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예능본부장, 해당 CP, 프로듀서에 대해 각각 경고, 근신, 감봉을 조치하고, 해당 프로듀서는 '정글의 법칙' 연출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혔다.

이어 "시청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아일랜드' 전 회차 방송분의 다시보기를 중단했으며, 오는 20일 '정글의 법칙'을 통해 시청자 사과문도 방송할 예정이다. 향후 철저한 사전 조사와 '해외 제작시 유사 사건 재발 방지 및 법적 리스크 예방을 위한 매뉴얼(가칭)'을 마련하여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청자 사과문도 언론에 미리 공개했다. 방송을 통해 공개될 예정인 사과문의 내용은 "SBS는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아일랜드' 태국 편에서 대왕조개 채취 및 촬영과 관련, 현지 규정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SBS는 시청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아일랜드' 전 회차 방송분의 다시보기를 중단 조치하였습니다. 앞으로 철저한 사전 조사와 관련 매뉴얼을 마련하여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로 이뤄진 단 세 문장이다.

'정글의 법칙'은 지난달 29일 방송됐던 로스트 아일랜드 후반부 편에서 태국 남부지방 꼬묵섬 생존기를 담던 중 배우 이열음이 대왕조개를 채취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송출하고, 예고편에서는 출연진이 이를 먹는 모습까지 공개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무단으로 채취한 대왕조개는 태국의 멸종위기종이자 보호종으로, 태국 법 상 최대 2만 바트(약 76만원)의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촬영자였던 핫차오마이 국립공원 측은 '정글의 법칙' 관계자들이 촬영허가서의 내용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태국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요청했다.

논란이 불거진 후 SBS는 "규정을 사전에 숙지하지 못했다"는 거짓 입장을 내놓았으나, 이미 조용재 PD의 이름으로 태국 측에 촬영 허가를 요청하며 "사냥하는 장면을 촬영하거나 송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하고 서명한 서류가 있었음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시청자들도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촬영허가 서류에는 제작진이 촬영의 범위를 '관광 활동에만 제한한다'고 명시했으나, 허가서의 내용과 달리 국립공원 내에서 무단으로 대왕조개를 채취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후 열흘이나 지난 후였던 8일에 SBS는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시간이 지난 후였고 여기에 또 열흘이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제작진 징계를 결정하며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SBS는 시청자들의 비판적 시선에는 아랑곳 않고 결방도 없이 6일과 13일에 해당 회차들을 내보내고, 재방송을 송출하는 등의 모습으로 논란을 키웠다. 이같은 태도 때문에 '정글의 법칙' 시청률은 결국 반토막이 났다. 29일 10.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던 시청률은 논란 후 첫 방송이던 6일에는 8.9%로 떨어졌고 13일에는 5.3%로 수직 하락했다. 이는 '정글의 법칙' 방송 후 9년 만에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민심이 떠났음'을 대변하는 것이다.

SBS 노조도 이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논란이 점화된 지 보름이 지난 오늘, 회사가 내놓은 수습책이 고작 현업 실무자 징계라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내에서 논란이 점화된 이후 2주 가까이 각종 매체의 '융단 폭격'을 받으며 제작진과 프로그램, 회사가 만신창이가 되는 동안 위기관리의 책임이 있는 윗선의 간부, 경영진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사태 초기,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 실수가 있었던 부분은 솔직하게 시청자에게 사과하고 언론에도 사실 관계를 제대로 설명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야말로 대중의 민심까지 다 잃고 뒤늦게 외양간을 고치기 시작한 '정글의 법칙'은 프로그램의 폐지를 결정하는 대신 급조된 느낌의 '해외 제작시 유사 사건 재발 방지 및 법적 리스크 예방을 위한 매뉴얼(가칭)'을 마련해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건 후 20일이나 지난 상황에서의 세 줄짜리 대처가 시청자들의 민심을 돌릴 수 있을까.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