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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는 비난→사퇴 악순환, 이래선 아무도 롯데 못바꾼다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과연 롯데 자이언츠는 무엇을 해야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롯데 이윤원 단장과 양상문 감독이 19일 동반 사퇴했다. 올 시즌 최하위로 떨어진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기로 했다. 롯데는 공필성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직을 맡겨 남은 시즌을 치르기로 했다. 이 전 단장의 후임 인사는 김종인 대표이사 지휘 하에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둘은 지난 1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남을 가졌다.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최근까지 수도권 구단들과 추진해온 트레이드 문제,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한 후반기 계획을 나누는 선의 만남이었다. 그러나 롯데가 최하위로 전반기를 마감하게 된 상황에서 일부 매체, 온라인 상에서의 인신공격성 비난이 이어지자 이 단장과 양 감독 모두 내려놓는 쪽을 택하게 됐다.

이 단장은 지난 2014년 11월 롯데 단장으로 부임했다. 비선수 출신이지만 롯데 그룹 내 기획조정실 출신 인사로 뛰어난 마케팅, 공격적인 선수단 지원을 펼치며 주목 받았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부임한 양 감독은 부산 출신의 대표적 야구인으로 누구보다 구단에 애정을 갖고 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식 당시 고 최동원 코치의 어머니가 양 감독을 격려하기 위해 찾았을 정도로 부산 내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추락한 성적, 전후사정 없이 이어진 도넘은 비난 속에 이들의 심적 고통은 극한으로 치달았고, 결국 자리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들의 사퇴는 롯데가 최하위로 추락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사태였을지도 모른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5시즌 동안 롯데는 3명의 감독이 경질-사퇴를 반복했다. 2017시즌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조원우 감독이 지난해 5강 진입에 실패하자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감독 사퇴 목소리가 불거졌다. 롯데 야구를 잘 이해하는 지도자를 선임해 약점으로 지적됐던 3루수-유격수 자리에 한동희, 신본기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롯데는 조 감독을 경질하고 양 감독을 선임했다. 양 감독은 한동희 3루-신본기 유격수로 새 시즌을 출발했고, '원팀'으로 대변되는 롯데 특유의 근성 부활을 외쳤다. 하지만 성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자 선수 기용-작전을 놓고 또 비난이 터져나왔다. 양 감독이 타순 변화-선수 조정 등으로 반전을 모색했지만, 급기야 '감독 경질' 목소리가 또 터졌고, 롯데는 다람쥐 챗바퀴 돌 듯 똑같은 모습을 반복하기에 이르렀다.

첫 발도 떼지 않은 공필성 감독대행 체제에 대한 우려도 이 때문에 커질 수밖에 없다. 전반기를 최하위로 마감한 롯데는 후반기 남은 일정을 감안할 때, 7할 승률을 이뤄도 가을야구행이 요원한 처지다. 새 시즌 준비를 위한 리빌딩에 나서는게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최근 양 감독이 배성근, 강로한, 오윤석, 김문호, 김사훈 등을 기용하면서 발판을 만들었지만, 매 경기 부진한 내용과 결과가 이어질 때마다 여론은 들끓었다. 시즌 내내 투수-야수들의 부진, 베테랑 부상-노쇠화 등이 겹친 상황에서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팀 사정은 안중에 없었다. 그저 가을야구에서 멀어진, 이기지 못하는 팀에 대한 비난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양 감독이 물러나고 공 감독대행 체제가 열렸지만, 벌써부터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차기 감독 선임 목소리가 나오는 것만 봐도 향후 분위기를 짐작할 만하다.

꼴찌와 롯데가 합성된 '꼴데'는 그동안 타 팀 팬들이 부진한 롯데를 조롱하는 대표적 은어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수 년 동안 반복된 롯데 안팎의 모습을 보면 이런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비난을 위한 비난 뒤에 남는건 상처와 불신 뿐이다. 지금 이 모습대로면 '롯데 우승'이라는 팬들의 바람은 영영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