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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스케치]잠실 징크스마저 깬 KT, 활짝 핀 '강철의 미소'

[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이제 여기만 남았네요(웃음)."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KT 위즈와 이강철 감독의 첫 동행. 반환점 성적표는 100점 만점이 부족해 보일 정도다. 2015년 KBO리그 참가 후 최다 연승(9연승) 기록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올스타 휴식기 전 최고 순위-승률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빈약한 백업-마운드 사정과 초보 사령탑인 이 감독의 지도력 등 갖가지 물음표를 달고 출발했지만, 이런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KT는 확 달라진 경기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전반기 중반을 넘긴 뒤부턴 강백호, 황재균, 박경수 등 주축 타자들이 줄부상으로 이탈하는 상황 속에서도 과감한 백업 기용과 성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 감독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최근 내가 별 말을 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더 의욕을 갖고 하는 분위기"라고 더그아웃 풍경을 소개했다. 그는 "아무래도 선수들이 (좋은 내용과 결과를 거듭하면서) 더 잘 알고 있지 않겠나"라며 "체력적으로 힘겨운 시점이고, 곳곳에 빈자리가 생기고 있으나 이것이 오히려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에 작용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참을 이야기를 이어가던 이 감독은 "나나 우리 팀 모두 올 시즌 처음 해보고 이룬게 많은 것 같다"며 "이제 여기(잠실)만 (징크스가) 남았다"며 씩 웃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KT는 올 시즌 잠실 원정에서 '무승'에 그쳤다. 두산 뿐만 아니라 잠실을 함께 홈구장으로 쓰는 LG 트윈스에게도 마찬가지. 올 시즌 LG전 2승, 두산전 5승 모두 안방 수원에서 거둔 결과물. 잠실에서 1점차로 패한 경기만 5차례에 달하는 등 내용과 결과 모두 달갑지 않았다. 이 감독 역시 지난 5월 2일 LG전에서 비디오판독 결과에 항의하다 시즌 첫 퇴장 처분을 받기도 했다. 패배의식을 걷어내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올 시즌, 어떤 단초라도 남기지 않은 채 새 출발을 하고자 하는 이 감독의 의지가 미소 속에 숨어 있었다.

이 감독의 말을 엿듣기라도 한걸까. KT 타선은 초반부터 두산 선발 투수 세스 후랭코프를 난타했다. 1회 3안타로 2점을 뽑아낸데 이어, 2회엔 선두 타자 윤석민의 솔로포, 심우준의 적시타로 다시 2점을 얻었다. 최근 2연패 뒤 와신상담 끝에 마운드에 올랐던 후랭코프는 불과 2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KT는 4회에도 볼넷과 3연속 안타로 2점을 더 추가,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7회초 1점을 더 보탠 KT의 7대2 승리. 이 감독과 KT의 올 시즌 잠실 첫 승리가 완성됐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선발 배제성이 3회 제구가 흔들리면서 위기를 맞았는데, 이를 잘 극복하고 승리를 차지해 대견하다.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초반 젊은 선수들이 타격과 주루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승기를 가져왔다"며 "그동안 잠실에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는데, 팬들의 응원, 선수들의 혼연일체가 승리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