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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롯데 손아섭이 짊어진 '캡틴'의 무게, 그리고 성장

[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점을 느낀다."

롯데 자이언츠 주장 손아섭은 인터뷰 내내 '부족함'을 논했다.

으레 스스로 격을 낮추는 '형식적인 겸손함'과는 온도차가 있었다. 생애 처음으로 짊어진 주장의 무게, 여전히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팀 성적, 무르익어가는 야구 커리어 등 여러가지 상황과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 모습이었다.

롯데는 19일 현재 KBO리그 10개팀 중 최하위. 시즌 초 가을야구 다크호스로 꼽혔지만, 극도의 부진 속에 결국 지난달 꼴찌로 추락했고, 여전히 수렁에 빠져 있다. 손아섭의 아쉬움은 팀 성적에 머물지 않는다. 69경기 타율 2할8푼9리(266타수) 77안타, 6홈런 37타점의 개인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앞선 시즌까지 기록한 9년 연속 3할 타율과는 차이가 있다. 이대호에게 주장직을 물려 받아 의욕적으로 시즌의 문을 열었던 손아섭에겐 이래저래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손아섭은 "아직 주장으로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끼고 있다. 때문에 많은 부분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까진 선배들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야구를 해왔다. 하지만 이젠 선배들과 함께 팀을 뭉치고 후배들을 안고 가야 하는 위치가 됐다"며 "그동안 내가 봐온 부분들과 다른 것들이 있더라. 후배 땐 폭넓게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보고 느끼고 있다"고 했다. 또 "좋은 선배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주장을 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나 자신에 대한 아쉬움도 알게 됐다"며 "앞으로 내가 주장직을 내려놓더라도 좋은 선배, 좋은 야구 선수가 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롯데는 고난의 시기 속에서도 조금씩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서준원, 박진형, 나종덕, 배성근, 오윤석, 허 일, 강로한 등 미래의 주축이 될 신예-백업들이 꾸준히 경험을 쌓고 있다. 연패 중에도 팀 분위기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받았다. 손아섭은 지난달 선수단에 스타킹을 무릎 아래까지 올려 신는 일명 '농군패션'을 건의했고, 롯데는 이후 반등의 기틀을 만들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롯데가 최근 몇 년 동안 겉으론 화려해보였지만, 내실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신예 발굴 뿐만 아니라 손아섭이 주장을 맡은 뒤 선수단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농군패션 등을 시도하는 등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져 간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경기에 나서면 선수는 당연히 승리를 목표로 한다. 나나 우리 팀 선수 모두 같은 마음"이라며 "하지만 승패는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순간적인 상황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기장에서 가진 에너지를 쏟아내고 최선을 다해 일구일구 집중하는 것은 선수 스스로 컨트롤이 되는 부분 아닌가"라며 "나 스스로 힘들때도 있고 저조한 성적에 화가 날 때도 있었다. 그래서 평정심이 무너지고 부진의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러나 최근엔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에선 최선을 다해보자'며 매일 마음 속으로 주문을 외우고 있다. 나 자신과의 약속은 야구장에서 지키고 싶다"고 했다.

어려움 속에서 포기가 아닌 교훈을 얻을 때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다. '캡틴' 손아섭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