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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2만 명을 이겼다, 사이타마를 울린 '14명의 함성'

[사이타마(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응원하다가 목 쉴 것 같아요."

19일, 울산 현대와 우라와 레즈의 2019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을 앞둔 일본 사이타마의 사이타마스타디움.

킥오프까지 두 시간여 남은 오후 5시40분. 축구장은 일찍부터 팬들의 발걸음으로 하나둘 채워졌다. 관중의 99.9%는 우라와 레즈를 상징하는 붉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절대 다수 사이에 '일단 천' 푸른 물결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울산 현대를 응원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울산 서포터즈, 12명이었다. 초등학생 아들의 손을 잡고 원정 응원에 나선 남기열 씨는 "한 명이 조금 늦게 합류할 겁니다. 총 14명이에요"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아빠의 옆에 꼭 붙어 있던 남권효 군은 "우리는 14명이에요. 우리가 한 명당 1000명의 목소리를 내려면 응원하다가 목이 쉴 것 같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열심히 응원할게요. 그리고 경기에 뛰는 선수는 똑같이 11명이잖아요. 꼭 이길거예요"라며 힘을 불어넣었다.

단 14명으로 구성된 단출하지만 듬직한 울산의 응원단. 이들 가운데는 일본인도 자리하고 있었다. 빗셀 고베의 팬이라는 미야모토 준이치 씨는 "울산과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를 보다가 울산의 팬들과 친해졌어요. 그래서 울산이 일본으로 ACL 원정 경기를 오면 꼭 보러 갑니다. 특히 울산은 김도훈 감독님이 이끌고 계시잖아요. 한때 빗셀 고베에서 뛰셔서 팬입니다. 제가 김 감독님이 브라질전에서 골 넣은 장면도 현장에서 봤습니다. 울산의 승리를 응원합니다"라고 말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붉은 물결은 농도를 더해갔다. 우라와 레즈를 응원하는 깃발도 하나둘 늘어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응원 원정'에 나선 울산 팬들의 열기도 더욱 뜨거워졌다. 경기장 한쪽에 자랑스럽게 걸어놓은 태극기, 그리고 울산의 깃발. 여기에 장구 소리에 맞춘 "울~산 현대" 구호까지. 2만727명을 이긴 14명의 위대한 함성이었다. 팬들의 응원을 받은 울산은 2대1로 짜릿한 역전승을 완성했다.

사이타마(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