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LG 트윈스가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16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 임찬규와 구원 임지섭이 한 이닝 동안 8개의 4사구를 내주며 이 부문 타이 기록을 세웠다.
2개월여 만에 선발등판한 임찬규는 극심한 제구 불안을 드러내며 1이닝 동안 1안타와 4볼넷, 1사구를 내주며 3실점했다. 이어 등판한 임지섭은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3볼넷과 1사구를 허용하고 추가 2실점했다. 두 투수는 3-0으로 앞선 2회 한 이닝 동안 합계 볼넷 6개, 사구 2개를 남발하며 5실점 했다. 한 이닝 팀 최다 4사구 기록은 1994년 6월 24일 전주에서 한화 이글스가 쌍방울 레이더스를 상대로 1회말 기록한 8개. LG가 25년 만에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한 이닝에 볼넷만 6개를 내준 것 역시 역대 14번째로 타이기록.
임찬규가 선발로 등판한 것은 발가락 부상을 입기 전인 지난 4월 13일 두산전이 마지막이었다. 재활을 마치고 지난 2일 복귀한 임찬규는 그동안 구원으로 던졌다. LG는 선발 로테이션이 꽉 차있어 임찬규에게 주로 롱릴리프를 맡겼다. 기존 선발 류제국이 한 차례 로테이션을 거르기로 하면서 임찬규가 이날 선발로 등판하게 됐다.
그러나 임찬규는 시작부터 제구력 난조에 시달렸다. 2-0으로 앞선 1회말 선두 정수빈에게 141㎞ 직구를 한복판으로 던지다 우전안타를 맞았다. 호세 페르난데스 타석에서 정수빈의 2루 도루가 나왔고, 페르난데스에게는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최주환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한 임찬규는 김재환을 좌익수 짧은 뜬공으로 잡은데 이어 좌익수 김현수가 홈으로 뛰어들던 정수빈을 아웃시키면서 이닝이 종료됐다. 수비진의 도움을 받은 셈.
2회초 타선이 한 점을 추가해 3-0으로 앞선 2회, 임찬규는 좀처럼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코너워크에 신경을 썼지만, 직구와 변화구 모두 원하는 지점과는 거리가 멀었다. 포수 유강남과의 사인도 맞지 않는 모습도 나왔다. 선두 박건우에게 볼넷을 내준 임찬규는 오재일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어 박세혁에게는 초구 커브가 몸에 맞아 무사 만루가 됐다. 최일언 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한 뒤에도 나아지 않았다. 김재호 타석에서 폭투를 범해 한 점을 허용한 임찬규는 김재호마저 볼넷으로 내보냈다.
LG는 투수를 임지섭으로 바꿨다. 하지만 임지섭도 제구가 안되기는 마찬가지. 류지혁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2-3으로 점수차가 좁혀졌다. 정수빈을 1루수 땅볼로 유도, 3루주자를 홈에서 잡았으나, 페르난데스에게 또다시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3-3 동점이 됐다. 최주환을 삼진으로 잡은 임지섭은 김재환에게 밀어내기 사구, 박건우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3-5로 전세가 뒤집어졌다. LG는 계속된 2사 만루서 김대현을 올려 오재일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겨우 이닝을 마무리했다.
두산은 2회말 안타 하나 없이 4사구 8개를 묶어 5득점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KBO에 따르면 한 이닝 동안 안타없이 11명의 타자가 들어선 것은 최다이며, 한 이닝 무안타 최다 득점 역시 신기록이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