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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현장]'격려-감사' 정정용호, 품격있는 패배자

[우치(폴란드)=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경기에서는 졌다. 그러나 매너에서는 이겼다. 정정용호는 품격있는 패배자였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 대표팀은 15일 폴란드 우치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 결승전에서 1대3으로 졌다. 이강인이 한 골을 넣었지만 불운이 겹치면서 3골을 내주고 말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패배의 아쉬움이 몰려왔다.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도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실망감을 드러냈다.

막내 이강인이 형들을 위로했다. 이강인은 그라운드를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진하게 끌어안았다. 이광연은 "경기 마치고 눈물 흘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선생님들이 오면서 '너무 잘해줬고 고맙다'는 말을 하는 순간 울컥했다. 눈물이 났다. 강인이가 다가왔다. '너무 잘 해줬고, 후회 없다. 울지 말라'고 해줬다. 막내지만 든든했다"고 말했다.

대회 최고 선수에게 주는 골든볼 발표 시간이 됐다. 이강인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최우수 선수상을 받았다. 이강인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믹스트존에서 "내가 받은 골든볼이 아니라 한 팀이 받은 골든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그렇고 형들도 그렇고 기분 좋게 한국에 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준우승팀에게 메달을 수여하는 시간이 됐다. 한국 선수들은 모두 한 명씩 준우승 메달을 받았다. 메달을 바로 벗어버리는 선수들은 없었다. 준우승 메달의 가치를 인정했다. 다들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기쁜 마음으로 메달을 받았다.

우크라이나의 시간이 시작됐다. 우승 세리머니가 시작됐다. 한국 선수들은 벤치 쪽에서 모여있었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어올릴 때 크게 박수를 쳐주었다.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승자를 축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승 세리머니가 끝나고 선수들은 한국팬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면서 팬들에게 고개숙여 인사했다. 한국팬들 역시 성숙한 매너를 보여주었다. 끝까지 경기장에 남아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힘을 내라 한국"이라며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우크라이나 팬들은 선수들이 자기들에게 인사하러 오자 경기장에 난입하려 했다. 몇몇은 경기장으로 뛰어들었다. 이내 보안요원에게 잡혔다. 볼썽사나운 모습이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 정정용 감독은 "늦은 시간까지 대한민국 국민들과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서 열심히 뛰고 열심히 응원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훨씬 더 피날레가 멋있을 뻔 했다. 전술적으로 준비했던 부분들에서 부족했다. 마무리가, 결과가 결코 좋게 나오지 않았다. 선수들이 긴 여정을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돌아가게 되면 단언컨데 선수들은 발전된 모습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취재진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정 감독을 향해 박수를 쳐주었다. 존경의 의미였다. 믹스트존. 한국 선수들은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나왔다. 한국 취재진들은 모두 "잘했다. 정말 멋있었다. 우승이나 마찬가지다"라며 격려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힘이 되어주고팠다.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마친 선수들은 버스로 향했다. 버스가 서있는 곳 옆에는 펜스가 둘러처져있었다. 선수들의 모습을 보려는 팬들이 몰려들었다. 한국 선수들은 팬들에게 다가가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사진과 사인 요청에 응했다. 이광연, 오세훈 등의 선수들이 큰 인기였다. 정정용 감독도 팬들에게 인사했다. 대구 유니폼을 입은 팬과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정 감독은 대구 출신인데다가 대구FC에서 코치를 하기도 했다.

최고의 인기는 이강인이었다. 이강인은 각종 인터뷰를 소화하느라 늦게 나왔다. 그럼에도 팬들의 요청에 모두 응했다. 그 사이 선수단은 먼저 숙소로 떠났다. 이강인은 30여분 이상 그 자리에서 사인을 하고 사진 촬영에 응했다. 모든 팬들의 요청에 다 응한 뒤에야 대표팀이 마련한 다른 차를 타고 경기장을 떠났다. 아름다운 마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