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양상문의 공격적 마운드 운영, '롯데 7연패 탈출+마운드 자신감↑' 다 잡았다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은 '묘수'였다.

롯데 자이언츠가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KIA 타이거즈를 7대0으로 제압하면서 7연패에서 탈출했다. 오랜만에 홈런포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후반부엔 흔들리는 상대의 틈을 놓치지 않고 빅이닝을 만들었다. 'FC 자이언츠'라는 달갑잖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반복됐던 지긋지긋한 빈공에서 벗어났다. 최하위로 추락했음에도 변함없이 사직구장 1루측 관중석을 메운 팬들의 성원에 오랜만에 보답할 수 있었다.

KIA 타선을 무득점으로 틀어막은 마운드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선발-불펜 모두 붕괴된 채 가시밭길을 걷던 모습은 없었다. 선발 투수 서준원부터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오른 정성종까지 단 1점도 내주지 않으면서 오랜만에 '영봉승'을 합작했다.

주목할만 했던 것은 양상문 감독과 롯데 벤치의 마운드 운영. 2-0으로 앞서던 6회초 1사 1루에서 서준원이 안치홍에게 3루수 땅볼을 유도했으나 선행 주자 아웃에 그친 상황. 당시 서준원의 투구수는 79개, KIA 타선에 단 2개의 안타만을 허용했을 뿐이었다. 여느 선발 투수와 마찬가지로 투구수 100개를 채우고 내려올 것이라는 예상을 할 만했다. 그러나 양 감독은 불펜을 일찌감치 가동하는 쪽을 택했다. 구위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갯수를 채우려다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실제 서준원은 이날 5회부터 투구수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2이닝 연속 안타-볼넷을 내주는 등 구위 하락이 엿보였다. 불펜에서 출발했던 서준원은 빠르게 선발진에 자리를 잡았지만, 여전히 경험이 부족한 신예. KIA전에서 좋은 투구를 펼치며 얻은 자신감을 지켜주고자 하는 속내도 숨어 있었다. 서준원의 뒤를 이어 받은 박진형은 류승현에게 안타를 내주며 2사 1, 3루 상황에 놓였으나, 이창진을 2루수 땅볼 처리하면서 무실점으로 이닝을 틀어 막았다.

불펜 운영도 성공적이었다. 박진형, 고효준에게 각각 1이닝씩을 맡겼다. 7-0으로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8회 이후엔 박시영, 정성종을 마운드에 올렸다. 사실상 필승조인 박진형, 고효준이 1이닝씩을 분담하며 호흡을 고르게 함과 동시에, 그동안 고전을 거듭했던 박시영, 정성종에겐 편안한 상황에서 마운드를 맡기며 스스로 결과를 이끌어내고 자신감을 얻게 하는 효과를 만들었다. 그동안 고전을 거듭하며 투수들의 자신감이 크게 침체됐었던 롯데에겐 한 번쯤 거쳐 갔어야 했을 작업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롯데는 벼랑 끝이라는 표현만으론 부족할 만큼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시즌 세 번째 7연패, 3일 연속 연장 승부에서 1무2패에 그쳤다. 1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끝내기 내야 안타를 내주며 패한 뒤엔 성난 팬이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때문에 KIA전은 결과만큼 내용도 중요한 승부였다.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선수들의 플레이와 벤치의 냉정한 판단이 만들어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승리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