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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볼 드라마가 없다'..SBS 월화 폐지→MBC 9시 변경, 작아지는 안방극장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볼 드라마가 없다." TV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는 시청자들이 늘 하는 말이다. 최근 방송가에서는 '볼 만한 드라마 찾기'가 더 어렵다.

일명 '프라임 시간대'라고 불리던 시간에 드라마를 먼저 편성했던 방송국들이 이제 예능 프로그램과 시사교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돌아가며 '드라마 왕국'의 타이틀을 달았던 방송사들은 이제 그 영광을 내려놓은 것도 모자라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 1%대 드라마들을 줄줄이 방송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도 시장 사정이 좋아지지 못하며 결국에는 '개점폐업' 상태를 방치하는 방송사들의 눈물 젖은 스토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총 제작규모 400억원을 쏟아 부었던 tvN '미스터 션샤인'이나 '웰메이드'로 남았던 SBS '키스 먼저 할까요?', 그리고 KBS2 '우리가 만난 기적', MBC '내 뒤에 테리우스', JTBC 'SKY캐슬' 등 볼 만한 작품을 다수 만들어냈던 방송가지만, 최근 돈을 적절한 곳에 들인 작품도, 아쉬운 시청률임에도 '웰메이드'라고 자평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있는 작품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200억원대의 거금을 쏟아 부은 사극들이 차례로 등장했으나, 성적표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평가도 받고 있다. 전작인 SBS '열혈사제'로부터 20%대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자리를 물려받은 '녹두꽃'은 첫 회가 11.5%를 기록한 후 꾸준히 시청률이 하락, 이제는 7%라는 굴욕의 기록을 써내려가는 중이다. '녹두꽃'의 총 제작비는 200억원 규모. 그러나 이들이 받는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같은 시간대 MBC에서 방송 중인 '이몽'도 마찬가지다. 김원봉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작품은 이념 논란까지 불러올 정도로 주목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를 맛보는 중이다. 무려 2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자됐지만, '대체 돈을 어디에 쓴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진다. 시청률은 첫 방송 7.1%로 시작했지만, 최근의 성적은 4%. 들인 제작비의 절반도 거둬들이지 못할 정도로 처참하다.

제작비 속에서 큰 비중을 담당하던 배우들의 출연료에도 변동이 올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편당 적게는 1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천차만별의 출연료를 자랑했던 스타들이지만, 이제는 억대의 출연료를 지불하는 만큼 되돌아오는 수익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방송사와 제작사들의 사정에 따라 변동이 생길 전망이다. 실제로 제작사들은 "1억5000만원을 받는 배우 한 명을 쓰느니, '가성비'가 좋은 배우를 쓰겠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 과열된 '배우 모시기'가 가져온 후폭풍이 거세다.

200억원대의 대작 드라마로 적절한 수익을 내지 못했으니, 방송사들은 드라마 '몸집 줄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일 미니시리즈의 경우 편당 5억원 정도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제는 그 제작비까지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제작비를 줄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한 주간 방송되는 드라마의 편수를 줄이기도 했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일주일에 금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드라마가 방송됐지만, 이제는 그 편을 줄이는 중이다. 가장 먼저 아침드라마가 사라졌고, 그 다음으로는 주말드라마, 그리고 일일드라마 폐지 등으로 이어졌다. SBS는 이제 월화드라마에도 손을 대며 대대적 개편에 돌입했다.

SBS는 월화드라마를 대신해 당분간 16부작짜리 월화예능을 배치하며 반전을 꾀한다. 이에 대해 '한시적'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으나, '돈'이라는 목표를 확실하게 이뤄줄 수 있는 작품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월화드라마가 돌아오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MBC도 월화드라마 폐지를 먼저 논의했으나 '검법남녀2'의 편성을 살리며 1보 후퇴했다. 그러나 22일 첫 방송된 수목드라마 '봄밤'부터 평일 오후 9시대로 편성을 변경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봄밤'의 시청률은 6%로 안판석 감독과 정해인, 한지민이 만난 작품이라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둔 상황이다.

케이블의 사정도 다르지는 않다. 그동안 케이블과 종편이 지상파에 비해 강세를 보여왔던 시기도 있었으나 다시금 '소강상태'를 맞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상파를 압도하는 시청률을 내놨던 tvN의 수목드라마 자리는 '진심이 닿다'와 '그녀의 사생활'까지 2%대 시청률을 면치 못하는 상태가 됐고, 월화드라마는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으로 잃은 수많은 시청자들을 박보영 주연의 '어비스'로도 되살리지 못하고 있다. 금토에서 강세를 보였던 JTBC도 주춤했다. 'SKY캐슬' 이후 방송됐던 '리갈하이'와 '아름다운 세상'은 모두 4%대 시청률로 고전 중이다.

뿌린대로 거두지 못하는 악재 속에서 방송가는 '안방극장 줄이기'에 나선 모양새다. 고육지책을 내놓으며 편성 변경과 한시적 폐지 등으로 반전을 꾀하고는 있으나 집 떠난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힘든 상황. 방송을 위협하는 넷플릭스와 OTT(Over The Top) 사이에서 안방극장이 다시 그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