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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남기일 폭탄 발언' 자자는 왜 성남과 관계없는 선수가 됐을까

"팀과는 관계없는 선수인 것 같다."

19일 강원전을 앞두고 남기일 성남FC 감독이 작정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타깃은 '외국인 공격수' 자자(33·브라질)였다. 남 감독은 "팀과는 상관없는 선수인 것 같다. 개인 성향이 강하다. 훈련장에도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간다. 징계를 하려고 해도 만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구단은 (자자가) 이런 것을 알면서도 데려왔다. 야속하다"고 덧붙였다.

이례적이라 할만큼 비판의 수위가 높았다. 사실상 결별의 의미였다.

자자는 구단의 어려운 살림 속 데려온 외국인선수였다. 많은 기대를 받으며 성남 유니폼을 입었다. 승격한 성남의 고민은 공격진이었다. 많지 않은 기회를 마무리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해외 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자자를 데려왔다. 자자는 스페인, 터키, 네덜란드, 태국 등에서 뛰며 100골 이상 넣은 스트라이커다. 유럽에서 10년을 뛰었고, 아시아 무대도 경험했다.

기대가 컸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자자는 K리그1 무대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리저브 명단에도 포함된 적이 없다. 이쯤되면 애초부터 전력 외로 분류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일단 스포츠조선 취재 결과, 자자의 컨디션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도 없고, 체력도 괜찮다. 성남 사정에 능통한 관계자는 "오랜기간 경기에 나서지 못해 경기 체력에는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다른 문제는 없다"고 했다.

외국인 공격수 카드를 날린 성남은 단 10골에 그치며 인천(5골)에 이어 리그 최소 득점 2위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허리와 수비를 강조하는 남기일식 축구가 자리잡은 성남이 결정력만 좋았어도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순위에 올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자는 어떤 기회도 받지 못했다.

남 감독의 돌출 발언에 구단은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기사를 통해 남 감독의 발언을 접한 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상대와 싸우기도 벅찬데···"라며 당혹스러워 했다. 이어 "남 감독이 자자 영입을 승인하지 않았다면 영입할 수 없었다"고 했다.

말이 엇갈리는 상황. 어떻게 된 것일까.

앞서 언급한대로 남 감독과 구단 모두 외국인 공격수 보강을 원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남 감독과 구단 사이에 알력이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민구단 성남은 예산상의 문제로 이렇다할 영입을 하지 못했다. 김동현을 4억원에 영입한 것이 최고 지출이었다. 다만 외국인 선수만큼은 꼭 데려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당초 선수를 팔아 금액을 충당할 계획이었지만, 구단에서 없는 살림을 짜내 마지막 지원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찾은 선수가 자자였다.

남 감독의 말대로 자자는 개인적인 성향의 선수다. 주로 에이스로 활약한데다, 브라질 특유의 까탈스러운 선수로 알려졌다. 중요한 것은 구단이 남 감독에게 자자의 장단점을 설명했다는 점이다. 구단은 "외국인 선수는 토닥여 주면 잘 따라온다. 잘 맞춰보자"고 추천했고, 남 감독 역시 이에 동의했다. 자자는 초반 남 감독의 선택에 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구단 관계자는 "자자가 전지훈련 동안 훈련에 빠지거나, 불성실하게 임한 적이 없다. 활약도 좋았다. 한국에 와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 감독은 자자에게만 유독 예민했다. 취재결과, 자자의 몸상태를 이유로 두 달 동안 볼을 차게한 것도 5번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묵묵히 훈련하며 기다리던 자자는 4월까지 이렇다할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외면을 받자, 결국 폭발했다. 5월 들어 태업에 들어갔다. 구단이 자자를 불러 "한달만 참고 해보자"고 설득에 나서고 있던 차에, 남 감독의 폭탄발언이 이어졌다.

일단 남 감독과 자자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공개석상에서 이 정도로 비판한 선수를 다시 쓰지 않을 것이다. 한 시즌에도 몇번씩 외국인선수가 바뀌는만큼, 자자를 보내면 그만이다. 실제 구단 역시 회의 결과 계약해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진짜 문제는 성남 내부의 갈등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성남 사정에 능통한 관계자는 "자자 영입 과정에서 남 감독 보다 구단의 의지가 더 반영됐다. 남 감독은 광주 시절부터 자신의 뜻에 거스르는 선수는 과감히 내쳤다. 바로스 역시 그런 과정을 통해 퇴출된 선수다. 공개석상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일련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단은 남 감독의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선수 기용은 감독의 권한이지만, 굳이 외부에 이야기를 노출 시킬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고위 관계자는 "필요하면 전력강화팀에 이야기 하거나, 아니면 단장에게 직접 말할 수도 있다. 굳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선수를 비판하면 결국 부담은 구단에게 오는 것이 아니냐"고 답답해 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여기에 인성까지 문제가 있다고 공인된 자자를 팔기 어렵다. 자자의 계약기간은 1+1이다. 결국 어렵게 데려온 선수를 그냥 풀어줘야 한다. 가뜩이나 예산이 부족한 성남이다.

이번 자자 케이스로 남 감독과 구단의 관계가 소원해질 가능성도 있다. 불편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강등 후보라는 평가를 딛고 순항하던 성남은 예상치 못한 시한폭탄을 하나 안은 셈이다. 박찬준 김가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