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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어벤져스4' 가고 '기생충' 온다…봉준호 감독이 직접 전한 스포주의보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최대한 감춰주신다면 저희 제작진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2019년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었던 최고의 화제 외화가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안소니 루소·조 루소 감독, 이하 '어벤져스4')이었다면, 한국영화 중 최고의 기대작은 충무로를 대표하는 거장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다. '어벤져스4'가 1349만5388명(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모아 역대 국내 개봉 외화 최고 흥행 기록을 경신하며 극장가 휩쓸고 지나간 가운데, '기생충'이 그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준비를 마쳤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기생충'은 오는 5월 30일 개봉에 앞서 프랑스 현지시각 21일 오후 10시, 한국시간으로는 22일 오전 5시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전 세계 취재진과 영화 관계자들 앞에서 먼저 공개된다. 상영 이후에는 트위터 등 전 세계 영화 기자들과 비평가들의 SNS와 리뷰 기사 등을 통해 영화에 대한 반응이 하나둘씩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정식 개봉에 앞서 영화에 대한 세부적인 이야기가 일반 관객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 이에 봉준호 감독은 공식 상영에 참석하는 모든 이들에게 스포일러 주의를 당부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눈길을 끌었다. 칸 영화제에서 연출자가 직접 스포일러 주의를 당부한 건 이번이 처음있는 일. 보도자료 글은 국내 취재진을 위한 한국어는 물론, 해외 취재진을 위한 영어, 프랑스어 버전으로 번역됐다.봉준호 감독은 이를 통해 "요즘의 관객들은 기대작 개봉을 기다릴 때, 평소 즐겨찾던 영화사이트도 멀리하고 사람 많은 극장 로비에서는 일부러 헤드셋을 쓰고 음악 볼륨을 높인다고 합니다. 물론 '기생충'이 오로지 반전에 매달리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고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어느 고교생이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라고 외치는 바람에 극장 로비의 관객들이 좌절과 분노로(?) 치를 떨었던, 오래전 어느 헐리웃 영화와는 분명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크고 작은 고비들마다 관객들이 때론 숨죽이고, 때론 놀라며, 매 순간의 생생한 감정들과 함께 영화 속으로 빠져들기를, 만든 이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간곡히 부탁드린다. 여러분은 이 영화에 대한 기사를 쓸 때, 그간 예고편 등을 통해 노출된 두 남매(최우식·박소담)의 과외 알바 진입 이후의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최대한 감춰주신다면 저희 제작진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당부했다.

봉준호 감독의 스포일러 주의 당부에 영화에 대한 일반 관객들의 기대와 궁금증은 더욱 높아져만 가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제작 단계부터 엄청난 관심을 불러모은 '기생충'은 지금까지도 '전원 백수인 가족의 장남이 가족들의 기대를 받으며 부유한 CEO 가족 자녀의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라는 단 한줄의 시놉외에는 공개된 게 없기에 팬들의 궁금증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이러한 현상은 '어벤져스4'의 개봉 전 상황과도 비슷하다. '어벤져스4' 역시 영화 팬들의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있는 와중에 '스포일러 주의'를 최우선으로 마케팅을 진행했다. '어벤져스4'는 주요 캐릭터의 퇴장 등 마블 스튜디오가 10년간 구축해 온 MCU에 엄청난 반환점을 맞는 작품이기 때문에 사전 스토리가 유출되지 않도록 마블 측은 스포일러에 만전을 기했다.

봉준호 감독과 마찬가지로 연출자인 안소니 루소·조 루소 감독이 직접 개인 SNS에 영화 내용에 대한 비밀 유지를 부탁하는 자필 서명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전편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개봉 당시에도 개봉 전 "타노스가 당신의 침묵을 요구합니다"(Thanos Demands Your Silence)라는 해시태그를 공개하며 스포 방지를 당부했던 이들 감독이 이번에도 역시 "기억하세요. 타노스는 여전히 당신의 침묵을 요구합니다"(Remember, Thanos still demands your silence)라는 메시지를 공개한 것. 이러한 감독의 노력 덕에 팬들 사이에서도 스포일러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자발적인 움직임이 생겨나기도 했다.

스포일러 방지를 최우선으로 한 2019년 최고의 기대작인 두 편의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기생충'. 극장가를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흥행 기운을 '기생충'이 이어 받아 한국 영화 흥행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