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폭투 동점→3⅔이닝 역투' 반전 만든 배영수의 힘

초구 폭투로 동점을 허용했을때 탄식이 나왔다. 하지만 배영수는 반전을 이끌어냈다.

두산 베어스는 18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0대5로 승리했다. 오재일이 11회초 지루한 공방전을 끝내는 결승 만루홈런을 터트린 것을 포함해 혼자서 7타점 경기를 펼친 것이 화려하게 돋보였다. 하지만 마운드에서는 지옥과 천국을 오간 베테랑 배영수의 고군분투가 눈에 들어왔다.

두산은 선발 이용찬이 6⅓이닝 3실점(1자책)으로 잘 던지고 물러난 후 7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권 혁과 이형범이 아웃카운트 1개씩을 잡고 7회를 마쳤고, 두산이 5-3으로 앞선 8회말 위기를 맞았다. 박치국이 선두타자 최승준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투수를 윤명준으로 교체했지만 최 항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주자가 쌓였다. 무사 1,3루에서 김성현을 2루 땅볼로 처리한 윤명준은 그사이 3루주자의 득점까지 막지는 못했다.

1점 차로 좁혀진 점수. 두산은 1사 3루에서 투수를 다시 배영수로 교체했다. 배영수는 대타 배영섭을 첫 타자로 상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초구 폭투. 너무 허무하게 3루주자가 득점했고 5-5 동점이 됐다. 이용찬의 승리가 불발되는 순간이었다. SK 더그아웃 분위기는 뜨거워졌고 흐름이 넘어갈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더군다나 두산은 현재 마무리 함덕주가 부진으로 퓨처스리그에 내려간 상태다. 더이상 교체할 수 있는 카드가 없었다. 결국 배영수로 밀어붙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폭투 이후 배영수는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잡아나갔다. 8회말을 추가 실점 없이 마친 후 9회 한동민-제이미 로맥-이재원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팀 타선이 터질때까지 버티는 것이 목표였다. 10회말에도 삼자범퇴를 기록한 배영수는 오재일의 만루홈런이 터진 이후 11회말에도 마운드를 지켰다. 10-5 넉넉한 리드에서 11회말 마지막 이닝까지 삼자범퇴로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3⅔이닝 1안타 4탈삼진 무실점. 올 시즌 배영수의 최고 역투였다. 또 구원승도 배영수의 차지였다. 경기가 끝난 후 그는 연신 이용찬에게 미안함을 표했지만, 이날 배영수가 무너졌다면 두산은 훨씬 힘든 경기를 했을 것이다.

베테랑이 가진 힘을 볼 수 있었다. 실수 이후 각성했고, 경기 분위기가 SK쪽으로 기우는 것도 막아냈다. 배영수가 동점을 내주고 무너져버렸다면 두산은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가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경기 후반은 배영수의 원맨쇼나 다름 없었다. 불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두산 입장에서는 큰 힘이 되는 역투였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