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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추적]프로야구 사인논란, 선수들 팬서비스 뜻 곡해 말아야

KBO리그에서는 잊을만하면 선수들의 사인논란이 도마에 오른다. 김상수(삼성 라이온즈) 박종훈(SK 와이번스) 강백호(KT 위즈)처럼 팬들에게 사인을 잘해줘 화제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반대 경우다. 이달초에는 김선빈(KIA 타이거즈)의 경기후 사인거부 영상이 온라인을 달궜다. 김선빈은 비난이 일자 "지금은 말씀 드리는 것을 자제하겠다"고 해서 논란을 키웠다. 이후 김선빈은 "2017년 영상인 것 같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해야했다. 더욱 성찰하는 계기로 삼겠다. 팬들께 고개숙여 사과드린다. 영상속 학생에게도 사과하고 싶다"며 머리를 숙였다.

지난해는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잠실야구장에 도착한 뒤 팬들의 사인을 단체로 거부하는 영상이 지상파 방송을 탔다. 팬들의 원성은 대단했다. 사인요청은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팬 서비스 중 하나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면 행위를 넘어선 마음과 진정성으로 귀결된다.

팬들은 존중받길 원한다. 사인을 받지 못한 아쉬움보다 무시당했다는 마음의 상처는 훨씬 심각하다. 이것이 분노를 만든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마음 한 켠에는 '팬 서비스'를 '덤'으로 여기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서비스(service)'는 어떤 행위의 제공이다. 한국에선 오래전부터 여기에 덧붙여 서비스란 단어에 '공짜'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아파트나 주택의 '서비스 면적', 식당이나 술집의 '서비스 음식-안주', 골프장에서는 버디하기 쉬운 짧은 파4, 파5홀을 '서비스 홀'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인식에 자리잡고 있는 '팬 서비스'의 개념은 꽤 개선됐지만 더 발전적일 필요가 있다. 팬들을 위한 친화적인 행동은 '덤'이 아닌 프로선수의 '의무'다. 연봉에 포함된 부분이다. 선수들의 연봉은 엄격하게 따지면 팬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입장권을 사고, 유니폼을 구입하고, TV나 스마트폰을 통해 야구를 시청(방송국은 광고비를 챙기고, 중계권료를 KBO와 구단에 제공)한 결과 선수들의 연봉이 마련된다.

팬들이 떨어져 나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이들은 야구 선수들이다. 야구 인기가 사그라들어 구단이 문을 닫고 연봉이 반토막 나면 같은 홈런을 치고, 똑같은 강속구를 뿌려도 손에 쥐는 돈은 계속 줄어든다. 프로야구의 본질은 홈런-탈삼진-승리가 아닌 팬들의 웃음과 카타르시스다. 이를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세월속에 무뎌지다보면 주객이 전도될 때가 있다.

SK 와이번스가 지난해부터 선정한 '고객만족 챔피언' 시상 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노수광 이승진 김태훈 한동민 등 4명이 모범 팬서비스 선수로 상을 받았다.

'우리도 할말이 있다'는 선수들의 볼멘소리는 대부분 개선하면 될 사안이다. 논쟁의 곁 가지일 뿐 몸통은 아니다. 경기전후 선수단 출퇴근시의 안정된 통로 확보, 지정된 팬사인회 자리만들기, 선수들의 개인 사생활 보호 등은 제도적 완비가 필요한 부분들이다. 한 명에게 사인을 해주면 수십명에게 해줘야 한다며 고충을 토로하지만 소통에 익숙치 않은 선수들의 선입견이 가미된 경우가 많다.

사인요청을 받아주기 정 어려우면 '양해 구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에 해드리겠습니다'라고 정중하게 말하면 된다. 대부분의 팬들은 수긍할 것이다. 팬의식도 갈수록 성숙되고 있다. 실제 몇몇 극성인 팬들을 만류하는 팬들도 자주 목격된다. 선수들이 팬들을 투명인간 취급하고 쌩~하고 지나갔기에 문제가 된 것이다.

지난주 열린 한국남자프로골프 프로암대회에 참석한 박찬호와 이승엽은 골프선수들 만큼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에게는 전설같이 전해오는 팬서비스 관련 일화가 많다. 팬들이 박찬호를 사랑하는 것은 그가 건네준 사인과 곁을 지켜준 사진 때문만은 아니다. 팬들을 존중하는 그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