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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할붕괴-9위추락' 삼성, 여기서 더 밀리면 답이 없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과거 유명했던 소설 제목의 반대말이다. 스포츠에 대입하면 딱 들어맞는다.

시즌 초 '허세 시기'가 있다. 강해 보여야 한다. '약체'로 공통 인식되는 순간 끝이다.

약육강식의 정글의 시대, 굶주린 맹수들은 사냥하기 쉬운 먹잇감을 노린다. 어리거나 다친 초식동물이 '타깃'이 되기 십상이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쉬운 상대'로 인식되는 순간 고통이 시작된다. 상대는 사냥하기 위해 칼을 간다. 각 팀 사령탑들의 머리 속에는 야구 캘린더가 있다. 예정된 약팀과의 경기에서 최대한 많이 이기기 위해 미리 준비한다. 상황이 허용하면 로테이션을 조정해서라도 에이스를 집중 배치한다. 출전가능 경계선상의 잘하는 선수들도 가급적 라인업에 넣는다. 스탯 관리가 필요한 선수들도 약팀과의 경기 출전을 선호한다. 경기 중에도 마찬가지다. 어지간하면 지고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다. 뒤집을 만한 상대란 판단이 서면 사생결단 끝까지 괴롭힌다. 상대의 총력전, 악순환의 시작이다. 가뜩이나 약한 팀은 매 경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덧 지친다. 피하고 피하다 다리에 힘이 풀리면 쓰러져 모든 맹수들의 먹이가 되고 만다.

반대로 강팀에게는 섣부른 총력전이 부담스럽다. 선뜻 덤볐다가 와장창 패하면 다음 팀들과의 경기에 여파가 미친다. 약자를 상대로 거둔 1승이나, 강자를 상대로 한 1승이나 어차피 똑같은 1승일 뿐, 확률 높은 상대를 골라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다.

시즌 개막 후 한달. 탐색전의 중요한 시기다. 속된 말로 '호구' 잡히면 남은 시즌이 괴롭다.

삼성이 '약속의 땅' 포항에서 키움에게 2연패를 당했다. 어느덧 9위로 떨어졌다. 8승13패(0.381). 심리적 마지노선인 4할 승률이 무너졌다. 5할 승률 -5다. 5강권과는 4게임 차, 최하위 KT와는 1.5게임 차다. 좀처럼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위닝시리즈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위닝시리즈 후 연패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결과보다 좋지 않은 것은 내용이다. 타선 부진이 심상치 않다. 16일 키움전은 안우진에 꽁꽁 묶였다. 그가 마운드를 지배했던 7회까지 단 한명의 선두타자도 출루하지 못했다. 단 한명도 스코어링포지션인 2루를 밟지 못했다. 7회까지 2안타 1볼넷, 1실책 등 단 4번의 출루가 전부. 무득점은 당연한 결과였다.

다음날도 심각했다. 브리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임시 선발 김동준에게 시즌 첫 선발승을 헌납했다. 허리가 약하고 마무리가 강한 키움인 만큼 선발투수의 투구수를 늘려 일찍 내리고 미들맨들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해법이었다. 하지만 김동준의 5회를 62개, 7회를 93개로 마치며 미들맨 등판을 최소화 했다.

8회 키움 한현희를 상대로 2점 차 승부임에도 중심 타자들은 삼진 3개로 물러났다. 9회 올라온 조상우는 단 6개 만 던지고 10세이브를 거뒀다. 점수 차에 따른 선두타자의 역할 등 상황에 맞는 플레이가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삼성 타선은 '화산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잠잠하다 한번씩 대폭발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휴화산 모드로 돌아간다. 1경기 와장창 몰아 점수를 올리고 몇 경기씩 침묵을 이어가는 사이클. 몰아치기는 개인 기록 관리에 도움이 될지언정 팀으로선 크게 반갑지 않은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더 중요한 것은 끈끈함이다. 타석에서 상대투수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최대한 괴롭히려는 모습이 아쉽다. 상황에 맞는 생각하는 야구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서 더 밀리면 답이 없다.



포항=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