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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벗고 인사하는 김기태 KIA감독…기운차려 다시 뛰는 호랑이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김기태(50) 감독이 선수들에게 다시 예(禮)를 갖추기 시작했다.
모자를 벗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선수들에게 인사한다. 김민호 야수 총괄 코치, 일본인인 쇼다 고조 타격 코치도 김 감독을 따라 머리를 숙이고 선수들을 더그아웃에서 반갑게 맞이한다.
김 감독은 13∼14일 이틀 내리 선수들을 향한 공손한 인사로 시선을 끌었다. 13일엔 9회 역전 만루포를 터뜨린 대타 한승택에게 반듯한 자세로 인사하고 주먹을 부딪쳤다.
14일에도 또 홈런을 날린 한승택과 데뷔 첫 아치를 그린 이창진에게 차례로 존경의 인사를 보냈다.
김 감독만의 독특한 고마움의 표시다.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는데 선배와 후배 또는 감독과 선수 따위의 격식은 따지지 않는다.
김 감독은 어깨 재활 전까지 타이거즈의 뒷문을 든든히 잠갔던 윤석민에게, 자유계약선수(FA) 이적과 함께 팀의 주포로 입지를 굳힌 최형우에게, 그리고 팀의 변함없는 에이스 양현종에게 자주 머리를 숙였다.
김 감독은 야구를 향한 예의를 강조한다. 선수들이 화난다고 방망이 부러뜨리고, 글러브를 함부로 다루는 것을 지나치지 않는다.
야구장에서 헌신하는 선수라면, 그 선수가 승패를 가르는데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면, 누구에게나 김 감독은 선배의 체면을 벗어던지고 고맙다며 예의를 갖춘다.
김 감독과 함께 한 LG 트윈스, KIA 선수들은 '동네 형'과 같은 친근한 김 감독의 매력을 빼놓지 않고 얘기한다.
카리스마를 발휘하면서도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마력으로 김 감독은 8년째 사령탑을 지탱해왔다.
김 감독에게 비판 여론이 고조됐을 때도 정작 구단 관계자들과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은 건, 이들이 귀를 닫은 게 아니라 그만큼 김 감독을 신뢰한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KIA가 최근 선보인 '잇몸 야구'는 선수들의 기(氣)를 살리는 김기태식 육성 야구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김 감독 역시 여러 다른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기회는, 감독이 주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잡는 것"이라는 지론을 강조한다.
햄스트링 통증으로 자리를 비운 이범호를 대신해 붙박이 3루수로 출전 기회를 늘려가는 최원준, 언제 반등할지 알 수 없는 제러미 헤즐베이커를 밀어내고 KIA의 중견수를 꿰찬 이창진, 그리고 우승 포수 김민식 대신 시즌 초반부터 안방 마스크를 쓴 한승택 등이 어렵사리 얻은 기회를 한 단계 성장의 모멘텀으로 삼은 주인공이다.
투타 완성체를 이루기 전까지 당분간 '버티기'로 시즌을 치러야 하는 KIA가 신선한 젊은 피 덕분에 활력을 얻었다. 김 감독의 공손한 인사에 존재감이 부쩍 높아진 호랑이들이 기운을 차려 다시 힘차게 뛴다.
cany9900@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