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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인키-범가너 만나는 류현진, 시즌초 팀 운명 짊어졌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지난달 21일(이하 한국시각) 클레이튼 커쇼가 어깨 부상을 입은 뒤 무려 29일 만에 개막전 선발투수 교체를 발표했다. 류현진이 29일 오전 5시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 선발등판한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 22일 이같이 발표하며 "커쇼가 좀더 재활을 하는 동안 최적의 대체자를 찾았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메이저리그 개막전 선발로 나선 한국인 선수는 박찬호 밖에 없었다. 그는 2001년 LA 다저스,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개막전에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류현진이 17년 만에 코리안 빅리거 개막전 선발등판이라는 이정표를 세우게 된 것이다.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 시절 총 5번 개막전 선발로 등판한 바 있는데, 2012년이 마지막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이날 개막전 선발과 함께 로테이션도 확정했다. 류현진에 이어 로스 스트리플링, 마에다 겐타, 워커 뷸러, 훌리오 유리아스가 시즌 초 선발로 나서게 됐다. 류현진이 개막전을 맡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크다. 에이스인 커쇼 뿐만 아니라 개막전 선발이 가장 유력했던 리치 힐이 부상자 명단(injured list)에서 시즌을 맞기 때문이다. 어깨 부상에서 회복한 커쇼는 애리조나 캠프에 남아 재활 피칭을 이어갈 예정이다. 힐은 지난 18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왼쪽 무릎 인대를 다쳐 2주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둘 다 4월 중순까지는 로테이션에 합류하기 힘든 상황이다.

류현진은 5차례 시범경기에서 15이닝을 던져 14안타를 내주고 6실점(5자책점)했다. 볼넷은 한 개도 허용하지 않고, 12탈삼진, 평균자책점 3.00, 피안타율 0.241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가장 안정된 실전 피칭을 보여줬으니 로버츠 감독에게는 마땅한 대안도 없었다.

류현진은 "미국에 온 이후 처음으로 개막전 선발로 나가는데 매우 특별한 느낌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고, 의식하지도 않았다. 내 목표는 투구수와 이닝을 늘려가며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류현진은 지난해 애리조나를 상대로 3차례 선발로 등판해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했고, 다저스타디움에서는 9경기에서 5승2패, 평균자책점 1.15로 강했다.

개막전 선발 등판은 매우 영광스럽지만, 커쇼와 힐이 돌아올 때까지 1선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1선발인 류현진은 적어도 4월 중순까지는 에이스들과 상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는 선발진이 풍족하다고는 하나 커쇼와 힐이 없는 상황에서는 시즌 초 고전할 공산이 크다. 공격력도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시범경기에서 작 피더슨, 맥스 먼시, 코리 시거 등 주요 타자들의 페이스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다저스의 시범경기 팀 타율은 2할4푼5리로 30개팀 가운데 28위에 그치고 있다.

류현진은 일단 개막전에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선발인 잭 그레인키를 만난다. 2013~2015년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그는 지난해 33경기에서 15승11패,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이미 그레인키와 두 차례 맞대결한 바 있다. 2017년 9월 6일 홈에서 6이닝 3안타 1실점, 지난해 9월 1일 역시 홈에서 7이닝 4안타 2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레인키는 각각 7이닝 1실점, 7⅓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이번에도 팽팽한 대결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로버츠 감독이 5인 로테이션을 유지할 경우 류현진은 4월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홈경기에 나서는데, 상대 선발은 매디슨 범가너가 유력하다. 범가너는 시범경기에서 평균자책점 8.27로 부진하나,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자타공인 에이스다. 이후 류현진이 선발로 나설 경기는 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 14일 밀워키 브루어스전, 19일 밀워키전, 25일 시카고 컵스전이 될 전망이다.

류현진이 시즌 초 상대 에이스와의 맞대결에서 이겨야 다저스의 초반 레이스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