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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시상식]'무관의 한 풀었다' 압도적 이정현, 생애 첫 MVP 등극

'유독' 큰 상과 인연이 없었다.

2010~2011시즌 프로에 입문한 이정현(전주 KCC)은 '절친 라이벌' 박찬희(인천 전자랜드)에 밀려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선수상을 놓쳤다. 2015~2016시즌에는 최고의 영광인 MVP 후보에 올랐지만, 오세근(안양 KGC인삼공사)에 밀려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에는 달랐다. '압도적'이었다.

이정현은 20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최고의 별'로 등극했다. 기자단 109표 가운데 76표를 쓸어 담으며 생애 첫 MVP에 올랐다. 동시에 정규리그 4위팀 선수로는 최초로 MVP를 거머쥐었다. 그동안 MVP는 대부분 우승팀 혹은 준우승팀의 주축 선수에게 돌아갔다. 1997년 시상식이 도입된 이래 총 23차례(2005~2006시즌 공동 수상) MVP 중 우승팀에서 18번, 준우승팀에서 4번 나왔다.

최고의 시즌이었다. 이정현은 리그 51경기에 출전, 평균 33분2초를 뛰며 17.2점(1위)-4.4어시스트(2위)-1.3스틸을 기록했다. '커리어 하이'를 찍은 이정현은 개인 최다득점 기록도 연달아 갈아치웠다. 그는 지난해 12월 12일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 33점을 몰아넣었다. 2019년 1월 29일에는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35득점을 기록하며 또 한 번 자신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올 시즌 이정현의 활약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무엇보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면서도 부상 없이 전 경기를 출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18년 11월 부산 A매치에 이어 지난달 중동 원정까지 소화했다. '금강불괴' 수식어에 걸맞은 광폭행보였다. 하지만 1987년 생,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긴 이정현에게도 주저앉고 싶은 순간은 있었다. 그는 "최근 2년 동안 계속 뛰고 있는 느낌이다. 체력이 50%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를 악물었다. 무너질 수 없었다. '에이스'의 무게를 견뎌야 했다. 이정현은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더 희생을 하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정현은 중요한 순간 '한 방'을 꽂아 넣으며 승리의 히어로가 됐다. 덕분에 KCC는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을 확정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정현은 "믿기지 않는다. 2년 전에는 받을 수 있다는 착각을 했다. 당시 받지 못해서 MVP라는 상을 머릿속에서 지웠었다. 개인적으로 더 좋은 선수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MVP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얼떨떨하다. 솔직히 2년 전에는 정말 아쉬웠다. 사실 안양 KGC인삼공사 때도 정규리그 우승한 뒤에도 내가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큰 오산이었다. 많이 성숙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이정현은 "아직 많이 부족한 나를 MVP로 뽑아주셔서 많은 분께 감사 드린다. '공격 제1 옵션'이라는 부담감은 있었지만 더 좋은 선수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 덕분에 농구에 조금 더 눈을 뜬 것 같다. 아직 부족하지만, 농구를 더 많이 알아간 시즌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정규리그 MVP 답게 좋은 경기력으로 꼭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