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임창용. 딱 그 느낌이다.
롯데 고졸 루키 서준원. 보기 드물게 150㎞대 강속구를 뿌리는 사이드암스로다. 캠프 때 허리 쪽 통증을 느껴 먼저 귀국했다. 실전 등판 기회가 없었다. 마운드 위 모습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첫 시범경기가 열린 19일 사직구장. 드디어 서준원이 마운드에 올랐다. 삼성전 6회 1사 1루에 3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1이닝 동안 탈삼진 1개를 곁들여 2피안타 무실점.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8㎞이었다. 단지 스피드 뿐 아니라 볼끝에 힘이 있었다. 신인 맞나 싶을 정도로 강타자들을 상대로 씩씩하게 자기 공을 뿌렸다. 두둑한 배짱도 엿볼 수 있었다. 첫 타자 이원석을 바깥쪽 꽉 찬 148㎞짜리 패스트볼로 스탠딩 삼진을 뽑아내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사실 처음 마운드에 올라갈 때는 너무 긴장 했어요.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 선게 처음이었거든요. 첫 타자 잡아내고 나니까 함성 소리도 들리고 하더라고요."
비록 시범경기지만 처음으로 프로 마운드를 밟는 날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이날 유독 눈에 띄는 모습이 있었다. 이중 팔 각도였다. 서준원은 이날 상황에 따라 팔 위치에 변화를 줬다. 사이드암으로 던지다 스리쿼터로 던지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흐트렸다. 포심 패스트볼 스피드 차(134㎞~148㎞)가 무려 14㎞나 났다. 패스트볼 만으로도 체인지업 효과를 주며 완급조절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경기 후 만난 서준원에게 이중 팔각도에 대해 물었다.
"카운트를 잡거나 초반에는 힘이 남아 있으니까 아래로 던졌다 위로 던졌다 하고요.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니까 팔이 조금씩 올라가는 것 같아요."
팔 각도를 위로 올려 던지는 순간은 어떤 의미일까. "위로든 아래로든 직구와 변화구 둘 다 던질 수 있으니까 주로 결정구 잡을 때 중점을 두는 편입니다."
전성기 임창용은 언터처블이었다. 휘어져 들어가는 뱀직구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그 자체도 위력적인데 임창용은 종종 스리쿼터로 팔각도를 올려 던지곤 했다. 스피드가 더 빨라졌다. 타자로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팔 각도 변화 효과를 극대화 하려면 변화구가 필수다. 빠른 옆구리 투수가 위로도 던지고, 아래로도 던진다. 거기에 완급 조절 된 변화구까지 섞이면 타자 머리는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이날 서준원은 패스트볼에 커브만 4개 섞었다. 그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던진다"며 단순 구종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꿈에 그리던 사직구장에서 투구를 해 뿌듯했습니다. 이닝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1루 관중석 팬 분들을 보면서 '신인입니다. 응원해주세요'하고 생각했어요. 저의 이름을 알리고 싶습니다." 서준원이란 이름 석자가 유명해 지는 날.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부산=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