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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18년만의 개막 3연패, 이임생의 수원 위기일까, 과도기일까

수원 삼성의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우승후보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에 연패를 당한 수원은 16일 승격팀 성남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3라운드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통한의 실점을 하며 1대2로 패했다. 2001년 이후 18년 만에 겪는 개막 3연패. 시즌 극초반임에도 위기설이 피어오르는 게 무리는 아니다. 팬들은 올 시즌 지휘봉을 잡은 이임생 수원 감독의 축구에 '노빠꾸'(뒤를 돌아보지 않는 축구라는 뜻)란 조롱조 별명을 달았다. 올 시즌 K리그1 12개팀 중 3라운드까지 승점을 얻지 못한 유일한 팀이자 최하위에 머무른 수원 축구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이상과 현실 사이

우선, 'K리그 1년차 감독' 이 감독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1~3라운드에서 모두 선발로 뛴 선수가 데얀 염기훈 홍철 김다솔 등 4명에 그칠 정도로 선발진을 자주 교체했다. '안정' 보단 '변화'를 통해 결과를 따내려 했다. 변화 폭이 적은 선발 라인업을 들고나와 무패행진 중인 상주 상무, FC서울, 대구FC, 울산 등과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안정감과 호흡이 중요한 포백에 계속해서 손을 댔다. 이 감독은 전훈지에서 고명성-김민호 센터백 조합으로 꾸준히 훈련을 했다. 하지만 두 신인급 수비수들이 전북을 상대로 4골을 허용하며 무너지자 성남전에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풍부한 기존 자원 구자룡-민상기 카드를 꺼냈다. 잦은 선발 교체는 자칫 주전급 선수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

전훈지에서부터 야심 차게 준비한 '플랜A'가 K리그 무대 위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 성남전을 앞두고 "앞서 두 경기에서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주장 염기훈은 "새로운 감독님과 새로운 전술 때문에 선수들이 (터키 전훈)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상당히 좋은 훈련을 했다"고 지난 동계훈련을 평가했다. 이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내용과 결과를 모두 붙잡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머릿속으로 그린 K리그와 실제 마주한 K리그는 차이가 있었다. 이 감독은 "연습과 실전은 별개였던 것 같다. 선수들이 그동안 했던 것의 50%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씁쓸해했다.

예컨대 울산전 후반에는 공격수 6명을 투입한 공격 축구가 적중했지만, 전북을 상대로는 어떠한 파괴력도 보이지 못했다. 승점을 목표로 낯익은 얼굴을 대거 투입한 성남전에선 선제골을 넣고도 뒷심 부족으로 역전패했다. 팀은 성남전 2골 포함, 3경기에서 총 8골을 내줬다.

데얀과 염기훈은 노련미와 한 방 능력을 지닌 공격수인 건 분명하다. 다만 이임생표 압박 전술에서 90분 내내 전방 압박을 담당하기엔 기동성과 체력에 문제를 보인다. 데얀과 염기훈이 서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상대팀은 더 여유롭게 공을 수원 진영으로 운반할 수 있다. 염기훈의 '날카로운 킥'과 '볼 키핑 및 운반 능력'을 대신할 선수가 현 수원 라커룸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 이 감독의 신뢰를 받는 김태환 고명성 구대영 등은 로페즈(전북) 주니오(울산) 등 수준급 공격수 앞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레프트백 양상민은 과거 서정원 전 감독 시절에도 센터백으로 기용된 적이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진 못했었다.

▶ 섣부른 위기설

매 경기 절반 가량을 교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긴 하다. 중심을 잡아줄 중앙 미드필더가 줄부상을 했다. 파이터형 수비형 미드필더 이종성은 좌측 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후반기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동성이 좋은 부주장 최성근은 좌측 내측인대가 손상돼 동계훈련에 거의 임하지 못했다. 오는 31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4라운드 홈경기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지난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외국인 엘비스 사리치 역시 부상으로 1~3라운드에 결장했다. 송진규 박형진 고승범 조성진 등을 번갈아 투입했는데, 누구 하나 뚜렷하게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최성근, 사리치만이라도 이른 시기에 복귀해준다면 조금 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다고 이 감독은 판단한다.

시즌 초 대진운도 좋지 않았다. 1~2라운드 상대인 울산과 전북은 올 시즌 '2강'으로 꼽힌다. 두 팀은 김보경 윤영선(이상 울산) 문선민 김민혁(이상 전북) 등 국가대표급 선수를 보강했다. K리그2에서 일부 선수를 수급하고, 유스 선수들을 투입하고 있는 수원과는 사정이 다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은 신임 감독 우나이 에메리 체제로 맞이한 2018~2019시즌, 개막 2연전에서 각각 맨시티와 첼시를 만나 모두 패했다. 많은 비난이 따랐지만, 3라운드 웨스트햄전에서 첫 승을 따낸 이후 컵대회 포함 22경기 연속 무패를 내달렸다. 수원이 시즌 초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 사실이지만, 아스널 사례를 보면 3라운드는 '위기'란 단어를 꺼내기에 이른 감이 있다.

다만 진짜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이상을 좇을 것인지, 현실에 수긍할 것인지부터 선택해야 한다. 지도자가 오락가락하면 그라운드 안 선수들은 마구 흔들린다. K리그1 미디어데이에서 전북의 대항마로 수원을 꼽은 자신감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따뜻한 봄이 찾아온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