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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하는 후보 이름에 X'…외신이 들여다본 북한의 선거

'김정은 2기' 출범을 위한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10일 치러진 가운데, 평양에 지국을 둔 AP통신이 투표 진행 상황을 상세히 전해 눈길을 끈다.
통신이 투표 당일에 송고한 평양발 기사에 따르면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늦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투표 과정은 한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투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투표소에서 신분 확인 절차를 마친 유권자는 투표용지를 받아 남들이 볼 수 없는 공간에 들어가 기표(記標)한다.
하지만 700명에 가까운 대의원을 뽑는 투표는 단일후보에 대한 찬반만 결정하는 것으로, 투표용지에는 단 한명의 후보 이름만 기재되어 있다.
해당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는 투표용지를 그대로 투표함에 넣고, 반대하면 투표용지에 표시된 후보의 이름에 'X' 표시를 한다고 AP는 전했다.
그러나 반대표를 행사하는 경우는 없다는 게 북한 관리의 전언이다.
평양 시내 전선 제조공장 투표소 관리자인 진기철 씨는 "누구도 후보에 반대표를 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또 투표 대기자 옆에서 밴드 연주가 진행되고 투표를 마친 주민들은 한데 어우러져 춤을 추는 등 축제 분위기가 이어진다고 전했다.
통신이 방문한 2곳의 평양 시내 투표소 관계자들은 개표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고 했다. 5년 전에 치러진 선거에서는 투표 이틀 후에 결과가 나왔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헌법상 '최고주권기관'으로 대의원에는 노동자, 과학자, 교육자, 농민 등 일반 주민과 차관급 이상의 권부 인사, 각계 대표 등이 망라된다.
북한은 1990년 제9기부터 대의원 수를 687명으로 유지해왔다.
AP통신은 "북한의 선거는 일반 대중의 정책 논의를 강화하거나,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국정 방향을 바꾸기 위해 치러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국이 민주주의의 형식을 제시하는 한편, 시민들의 충성도를 감시하는 수단"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출되는 것은 큰 영광인 만큼, 선거는 북한 정권이 떠오르는 간부에게 보상을 내리고 효용성이 떨어진 현 간부를 바꾸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AP는 덧붙였다.


최고 인민 회의는 남한의 국회와 유사한 지위를 갖지만, 실제 운영 상황은 확연하게 다르다.
회의는 통상 연중 1차례(3월 또는 4월) 소집되며, 수뇌부가 결정한 사항을 사실상 '추인'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후보들은 지역구 주민을 위한 민원 해결을 위한 노력을 강조한다.
대의원 후보로 나선 조길녀 씨는 AP에 "대의원으로서 내 역할은 물과 식량 등 지역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대의원 총회로 가져간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