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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사법농단', 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나

저우창(周强) 최고인민법원장 등 중국 최고위급 인사들에게까지 정치적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 속에서 중국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최고인민법원 재판기록 분실 사건'이 내부 고발자의 자작극이었다는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22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정법위원회·기율검사위원회, 최고인민법원, 공안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팀은 재판기록 분실 의혹 사건을 조사한 결과, '내부 고발자'인 왕린칭(王林淸) 판사가 정작 문건을 직접 빼돌린 장본인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왕 판사가 최고인민법원 재판부의 선임 법관에게 평소 가져온 불만 때문에 고의로 재판기록을 빼돌리고 마치 기록 분실 사고가 난 것처럼 꾸민 뒤 거짓 폭로를 했다는 것이 조사 내용의 요지다.
중국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번 사건은 산시(陝西)성 위린(楡林)의 대형 탄광 개발권을 둘러싼 민사 소송에서 비롯됐다.
산시성 정부 산하 기관인 시안지질광산탐사개발원(이하 시안지질)은 지난 2002년 위린카이치라이(楡林凱奇萊)에너지투자유한공사(이하 위린카이치라이)에 광산 개발권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추정 석탄 매장량은 약 20억t으로 3천800억 위안(약 63조원) 규모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었다.
그러나 계약 직후 산시성 정부가 돌연 탄광 개발권을 정부의 직접 결정 사항으로 한다는 새 규정을 제정함에 따라 시안지질은 위린카이치라이와 계약을 무효로 하고 홍콩이예(益業)투자집단유한공사(이하 홍콩이예)로 사업 파트너를 교체했다.
이에 위린카이치라이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산시성 고급인민법원에서 진행된 1심 재판에서는 원고 측이 승소했지만, 2심을 맡은 최고인민법원은 '심리 미진'을 이유로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내 다시 심리하게 했다.
다시 진행된 1심에서는 원심 결과가 뒤집혀 원고가 패소했다. 이어 다시 최고인민법원에서 진행된 2심에서는 또 결과가 바뀌어 원고가 최종 승소하는 등 재판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했다.
이 사건 재판기록이 분실됐다는 사실은 작년 12월 판빙빙(范氷氷) 탈세 스캔들 폭로로 유명한 전 중국중앙(CC)TV 앵커 추이융위안(崔永元)의 인터넷 폭로로 알려졌다.
이어 두번째 2심 재판의 주심 판사였던 왕린칭까지 인터넷을 통해 기록 분실이 사실이며 이 사건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저우창 최고인민법원장까지 관여했다는 취지로 공개 인터넷 폭로를 이어갔다.
천문학적 규모의 이권을 두고 최고위층 권력자들이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한 가운데 이번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산시성 성장, 당서기를 지낸 자오정융(趙正永)이 비리 혐의로 낙마하는 일까지 겹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지는 듯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이번 사건을 개인의 '자작극'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이번 사건이 대형 정치 스캔들로 번지는 것을 막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합동조사팀은 재판기록 외부 유출과 관계없이 재판 내용 자체에는 큰 흠결이 없었다고 밝혔다. A4용지 6장 분량의 긴 조사 결과 발표문에서 왕 판사가 제기한 저우창 원장 등 최고인민법원 수뇌부의 '재판 압력'과 관련한 언급도 따로 없었다.
ch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