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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공식사과'묵묵히 뛰어온 선수,지도자에 미안하다'

"묵묵히 훈련에 매진해온 선수, 지도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인 11일 오전 11시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19년 국가대표 훈련개시식에서 잇단 폭력, 성폭력 사건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국가대표 선수, 지도자에게 공식 사과했다.

동·하계 18개 종목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 366명, 관계자 570명이 참석한 이날 개시식은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 회장은 2019년 국가대표 선수단 훈련 개시를 알리는 이날, 개회사를 통해 "선수촌 내의 불미스런 일이 여러분의 사기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묵묵히 훈련에 매진한 많은 선수, 지도자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 체육발전 위해 어려운 여건 속에 헌신하는 회원종목, 시도체육회에도 사과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고개 숙였다. 이 회장은 "선수 및 지도자 여러분이 훈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선수촌 관리에 각별한 관리를 기울여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선수, 지도자 여러분도 자랑스러운 국가대표 선수촌 만들어 나가기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공식적인 훈련 시작을 알리는 오늘,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결연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올해는 전국체전 100회를 맞는 해다. 내년 2020년은 대한체육 100주년을 맞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100년간 한국체육에는 수많은 위기와 역경이 있었다. 우리 체육인들은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현재의 자랑스러운 한국 체육이 있게 했다. 지금의 위기 역시 지혜롭게 이겨낼 거라 확신한다"며 난세에 체육인의 단결을 호소했다. 개회사 대부분을 엘리트 선수, 지도자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 할애했다. "여러분께서는 뜨거운 열정과 노력, 한국의 위업을 이뤄왔다. 자신과의 싸움, 많은 경기에서 목표한 바를 꼭 이뤄내길 부탁드린다. 혹여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여러분의 노력은 그 자체로 의미가 깊으며 존경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이날 이 회장의 개회사 직후 체육인 헌장 낭독, 선수대표 양궁 김우진과 사이클 나아름의 선수대표 선서가 이어졌다. 마지막 순서로 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 대표 감독들이 연단에 섰다. 체육회 노동조합, 국가대표지도자협회의, 회원 종목단체 사무처장단을 대표해 체육인 자정결의문 및 체육현안에 대한 성명서를 낭독했다. 성명서를 통해 "폭력과 성폭력 사건 탓에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드려 참담한 심정으로 사죄한다"면서 "뼈저리게 반성하며 잘못된 것을 도려내 확실하게 처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체육계 혁신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 엘리트 체육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을 호소하는 한편, 체육계 혁신위원회에 현장 지도자가 참여할 수 있게해달라고 촉구했다. 어린 선수들의 꿈을 빼앗는 소년체전 폐지 반대, 대한체육회와 KOC 분리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날 오후 열리는 대의원총회를 앞두고 각 시도 체육회, 각 종목 회장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주무부서' 문체부 관계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장, 차관이 훈련개시식을 직접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던 예년과는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짜릿한 경기영상과 혹독한 훈련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각 종목 선수들은 까치발을 들고 자신과 동료들의 모습을 찾아보며 즐거워 했다. 시종일관 무거웠던 훈련 개시식에서 선수들의 표정이 가장 밝았던 장면이었다. 훈련개시식 후 이어진 점심시간, 이 회장은 식당 앞에 서서 선수, 지도자들과 일일이 손을 맞잡으며 새해 인사를 건넸다.

한편 이날 훈련개시식에 앞선 오전 10시 30분 진천국가대표선수촌 화랑관에서는 '선수인권상담실' 개소식이 열렸다. 이기흥 회장과 김승호 신임 사무총장, 신치용 신임 선수촌장, 유승민 IOC선수위원(대한체육회 선수위원장)과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체조 금메달리스트 여서정 등이 함께 테이프 커팅을 하며 선수촌내 선수 인권 존중의 결의를 다졌다. '선수인권상담실'은 최근 체육계 비위 근철 대책의 일환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마음 놓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체육 환경 조성을 위해 설치됐다. 유승민 위원장을 포함한 선수위원,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인권상담사 1명 등이 배치돼 근무하며, 폭력, 성폭력과 관련된 상담뿐만 아니라 선수촌 생활을 하면서 겪는 각종 고충 상담 등도 가능한 소통창구의 역할을 할 예정이다. 불미스런 사건 발생시는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하고 즉각적인 신고절차를 진행한다. 진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