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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범 코치 빨리 돌아오게' 이기흥 회장 VS 전명규 교수의 진실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심석희에게 '조재범 코치 빨리 돌아오게 해줄게'라는 취지의 말을 정말 했을까.

전명규 한체대 교수(전 대한빙상연맹 부회장)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이기흥 회장이 이와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유사한 내용이 있었다"고 긍정했다. 전 교수는 "제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그런 유사한 이야기를 해서, 제가 석희에게 '회장님이 보고를 잘못받으신 것 같다. 너 저기에 신경쓰지 말고 시합에 전념하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유사한 내용은 맞는 것같다"고 했다.

심석희가 조 코치에게 평창올림픽 직전 폭행을 당한 상황, 가뜩이나 불안에 떨고 있는 피해자에게 대한민국 체육의 수장이 '가해자를 다시 빨리 돌아오게 해준다'고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심석희 입장에서는 2차 피해일 뿐 아니라, 대한체육회가 이 사건에 대해 잘못된 보고를 받았고, 이에 대한 객관적이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심석희와 회장님이 만난 적이 없다. 그런 말씀을 한 적도 없다고 하셨다"고 부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공식적으로 정정하지 않는 데 대해 "피해자인 심석희측과 가족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다. 이런 문제로 공방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전 교수는 "석희에게 회장님이 보고를 잘못받으신 것 같다"고 했다. 만약 전 교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체육회장은 어떤 라인으로부터 어떤 보고를 받은 것일까. 어느 조직, 어떤 사회에서든 범죄나 사건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예방하는 것, 그럼에도 불의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철저히 진상을 파악하고, 이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위기관리 프로세스다.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선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심석희가 14년 동고동락한 코치에게 폭력을 당하고, 선수촌을 이탈한 중대 사건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했다면 체육회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 회장과 전 교수의 사활을 건 진실 공방, 책임 공방이 시작됐다. 심석희에 대한 폭력, 성폭력 사건을 두고 국민적 비난 여론이 빗발치는 가운데, '깊이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이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겠다는 이는 없다. 이기흥 회장의 대한체육회는 "종목단체인 빙상연맹에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전명규 교수는 "심석희에 대한 상습폭행, 성폭력에 대해 몰랐다"고 한다.

대한체육회는 21일 혁신위원회 구성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빙상연맹, 전명규 전 부회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조치를 예고했다. 수장이 퇴출 위기에 몰린 상황, '사건' 후 처음으로 대한빙상연맹과 회장사였던 삼성, 전명규 전 부회장을 직겨냥했다. '조사위에서 대한빙상연맹의 폭력·성폭력 등의 비위를 포함해 파벌, 승부조작, 회계 등 모든 사안에 대한 심층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전명규 전 부회장을 비롯한 빙상연맹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회원단체 제명까지 염두에 두고 국가대표 선수 보호와 운영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는 강수를 뒀다. 대한체육회가 빙상연맹과 관련자를 엄정히 조사한 후 최악의 경우 '퇴출'까지 염두에 두면서 책임을 묻고, 확실한 거리 두기를 하겠다는 메시지였다.

대한체육회 보도자료가 뿌려진 후 전 교수는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지난 1년간 수많은 의혹 속에도 굳게 침묵했던 전 교수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전 교수는 "나 개인뿐만 아니라 열심히 일한 선수들과 지도자, 빙상인들에게 누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용기를 내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전에 빙상이 퇴출당할 수도 있다는 보도를 보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자회견의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