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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공황장애와 압박감'..김재원, '살인미소'後 17년의 '성장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살인미소'로 스타덤에 오른 후 김재원에게 연기와 연예계는 정글이자 생존무대였다. 6개월을 공황장애 약을 먹으며 고생했던 김재원의 '생존기'가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

김재원은 지난 2001년 SBS 시트콤 '허니허니'로 데뷔해 다음해인 2002년 인생작인 MBC '로망스'를 만났다. 이후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미소천사', '살인미소' 등의 별명으로 불렸고, MBC '내사랑 팥쥐'(2002), SBS '라이벌'(2002), SBS '형수님은 열아홉'(2004), KBS2 '황진이'(2006)에 출연했으며 MBC '내 마음이 들리니'(2011), MBC '메이퀸'(2012), MBC '스캔들'(2013), MBC '화정'(2015), MBC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2016), SBS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2018) 등에 출연했다.

첫 악역을 맡은 작품인 OCN '신의퀴즈 : 리부트'(2018)를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상필은 '브레인 또라이'로 불리며 홍콩 구룡 최대 조폭 조직의 넘버2로 잔혹함과 뛰어난 격투 실력, 최고의 브레인까지 갖춘 후계자 1순위다. 돌연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는 바로 복수 때문. 유일한 장애물이 한진우의 존재다.

김재원은 지난해 열린 SBS '2018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특히 '내사랑 팥쥐'로 호흡을 맞췄던 장나라와 함께 수상하며 감회도 새로웠다고. 김재원은 "장나라 씨와 스타덤에 함께 올라 뉴스타상을 타고 그랬는데 막상 딱 올라가서 최우수상을 타는데 기분이 감회도 새롭고, 그간 같이 연기했던 배우 중 연기활동 그만둔 배우들도 많고, 활동을 그만둔 배우들도 많았다. 그런데 너무 감사하게 수상수감을 할 때 앉아서 모니터를 보는데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하시더라. 배우들이 연기를 이렇게 잘하는데 내가 여기 앉을 자격이 있나 싶었다. '어떻게 다들 저렇게 잘하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치않게 상을 받고 나서 '잘 버틴 거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정신도 몸도 그렇다.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다. 그런데 정말로 잘 버텼고, 앞으로도 늘 겸손하게 많은 분들을 보면서 내 위치에 대해 망각하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재원의 지난 시간은 치열했다. 김재원은 "저는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주의다. 내 본분을 넘어가는 것을 하지는 말자는 주의다. 나한테 주어진 최선을 다하고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상도 오랜만에 탔다. 과거엔 3~4년을 내리 상을 탔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번 SBS에서 우수상을 타고 계속 연달아 3년을 타니 두렵더라. '더이상 보여줄 게 없는데' 싶었다. '연기가 바닥났는데'하는 생각이 컸다. 조금씩 변화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 저는 강하다. 시사 프로그램을 하면서도 이런 건 이런 목소리, 저런 건 저런 목소리라고 생각하다가 정신병이 왔다. 매일 다르게 하고 연기도 다르게 하다 보니 다 비어버렸다. 소스가 없었다. '큰일났다' 싶었다. 똑같은거 또 한다는 얘기 듣기도 싫었다. 그러니 그때부터 혼돈이 왔다. 그런데 또 잘 버티고 잘 견디다 보니, 저도 사실 공황장애가 왔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었다"고 밝혔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을 할 때에도 김재원은 공황장애를 앓았다. 김재원은 "그래서 사실은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을 찍으면서도 공황장애가 잘 안 나았고 대화를 잘 못했다. 연기를 할 때 눈을 감고 있었다. 자꾸 뭘 보면 생각이 많아지니까 '오빠는 형은 왜 맨날 신 찍고 끝나면 눈을 감냐'고 하더라. 너무 괴롭고 힘들었는데도 '그녀말'을 한 이유가 착한 역할이었기 때문이었다. 선한 마음으로 정화하자는 생각에 선택한 것이 '그녀말'이었다. '이 역할이 날 살릴 것'이라고 한 이유가 너무 힘들 때 선택한 거라 그랬다. '이정도로 잘 해내고 끝냈으니 다음엔 연기자로서 두려움의 노예가 되거나 다치게 되면 더 깊어지더라. 그래서 한 꺼풀씩 벗기자고 생각해서 이번엔 현상필이란 역이 개인적 감성적 공황장애에 대해서도 이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했다"고 고백했다.

김재원은 "이번에도 4년 연속 작품을 할 때 옆에 모든 배우들이 공황장애였다. 전부 약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약을 한 6개월 정도 먹었는데 낫지를 않더라. 그때만 멍해있고 나머지는 일반적 생활이 안된다. 잠만 온다. 그래서 약 먹지말고 끊고 이기자고 생각했다. 저보다 더 힘든 분들도 이기고 견딘다고 생각했다. 저는 잘 이겨냈다. 얼굴은 선해보이지만, 전 나약하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살인미소' 시절은 김재원에게는 고민이 없이 연기를 할 수 있던 시기였다. 그는 "그때는 어떻게 보면 생각이 작았지만, 맑았던 거 같다. 그 이후에 여러 일도 겪고 연기도 하고, 환경이 바뀌다 보니까 불필요한 생각들이 덕지덕지 붙었다 사실은 지식도 필요있는 지식은 그렇게 많지 않다. 불피요한 것들을 걷어내고 싶을 때가 있다. 표현에 대해서도 그냥 의도하는 표현보다는 의도하지 않는표현이 강렬하다. 처음에 신인 때 제가 왔을 때는 의도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단 1도 없었다 '살인미소'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던 것도 아무생각이 없어서 환하게 웃을 수 있던 거다. '내가 연기자를 해? 주인공을 시켜줘? 최선을 다해야지'하고 웃고 밝게 하다 보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는데, 어느 순간 이런 것들이 '이번엔 이걸 해봐, 다른걸 해봐' 하면서 내모습이 아닌걸 끼워맞추니까 생각이 많아지니까 어떤 게 맞는지를 몰라서 중간에 힘들던 거 같다. 한 단계 패러다임이 올라가서 생각이 드는 것이 '이렇게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성장통을 다 겪지 못한 거 같다"고 회상했다.

김재원에게 연기는 '성장통'이다. 고정관념을 누구보다도 두려워하는 이도 김재원이었다. 그는 악역인 현상필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어떤 캐릭터를 줘도 할 자신이 있었다. 비춰지는 이미지 때문에 선한 역할이나 착한 역할을 했다. 그게 내 몸에도 맞고. 그런데 자꾸 그렇게 하게 되면 어느 순간 고정돼서 사람들이 '쟤는 저런 역할만 하는 배우'라고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인 드라마의 내용이 악으로 이끌어가는 주제의 드라마를 썩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빌런에 대한 역할이지만, 핵심축을 갖고 악행을 하는 캐릭터를 봤을 때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로 김재원은 이견 없는 악역을 성공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이제 욕먹는게 두렵지가 않아요. 욕을 먹으면 더 행복하고 변태가 된 느낌이다. 맞으면 기분 좋은 것 있지 않나. 변화에 대해서는 두렵지 않아요. 이번에도 선한 역할로 끝냈다면, 이 역할에 대해 이만큼의 호응을 받지 못했을 거예요. 오히려 부딪히고 처음에 욕먹더라도 정말 이것을 어떻게든 하겠다는 믿음을 가지고 행동하면, 결과는 한명이든 두명이든 그 진정성에 대해 알아봐주는 분이 꼭 생기더라고요. 사람들이 보는 눈이 다 다를 것 같지만, 진짜 무언가가 최고의 무언가, 진정성을 가진 모습은 투영되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겉모습만 볼 수 있고 얕게 볼 수 있지만, 진짜 진정성의 뭔가를 보는 힘은 시간이 지나면 나중엔 그것이 정말 강해서 전달이 되는 것 같아요."

'신의퀴즈 : 리부트'는 지난 10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