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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알함브라' 이시원 '서울대 뇌섹녀? 김의성 같은 배우되고파'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김의성 선배님 만나면 편안해요. '왜 배우 시작했냐' 같은 질문을 안하시거든요."

이시원에겐 아직 배우보다 '서울대 뇌섹녀'나 '엄친딸'이 더 익숙하다.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하 알함브라)'는 20일 16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알함브라'에서 유진우(현빈 분)의 첫 아내 이수진 역을 맡은 이시원을 만났다.

이시원은 '엄친딸 뇌섹녀'로 유명하다. 데뷔 전인 2009년에는 '서울대 얼짱'이란 명목으로 퀴즈쇼 '1대100'에 1인으로 출연했다. '문제적남자'에는 3번이나 출연해 '뇌섹피디아' 문제를 맞추며 날카로운 두뇌를 뽐냈다. 아버지가 멘사 전 회장이란 사실도 공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KBS 파일럿 '오늘의셜록'에도 초대받았다.

하지만 이시원은 '1대100' 출연에 대해 묻자 "그날 4단계에서 떨어졌다"며 민망해했다.

"틀린 문제는 '시력검사표에 없는 그림은?'였어요. 보기는 비행기, 새 이런 거였어요. 그냥 찬스를 썼어야했는데, 아직도 아까운 건 찬스도 못 써보고 탈락했다는 거예요."

이시원은 '문제적남자'에 대해서도 "뇌섹녀로 출연했는데, 막 지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좀 어리버리했다. 배역이 아닌 배우 이시원으로 방송에 나가려니 부담이 컸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시원은 "원래 제 성격이 그렇다. '알함브라' 출연 때문에 단발머리도 생애 처음으로 해봤다. 하고 나니 괜찮더라"면서 "'알쓸신잡'이나 '유퀴즈온더블록'처럼 목적의식이 있는 예능에 나가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시원은 '알함브라'에서 대선배 김의성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알함브라'에서 시아버지 차병준 교수 역을 맡은 김의성은 현빈(유진우 역), 박훈(차형석 역)보다 오히려 자주 촬영을 함께 한 사이다. 극중엔 이시원에게 'X녀'라며 히스테릭한 폭언을 내뱉는 대립 관계지만, 실제론 아주 신사적이고 다정한 선배라고.

"선배님이 악역을 많이 맡으셔서 근엄한 느낌인데, 사석에선 굉장히 젠틀하고 열려있는 분이에요. 일상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긴장을 풀어주셨어요."

특히 김의성은 다름아닌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이시원에겐 직속 과선배인 원조 뇌섹남이다. 이시원은 "배우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왜 배우를 하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 김의성 선배님은 그런 질문을 안하셔서 좋았다"며 웃었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거쳐 인류학과 진화심리학 석사까지 받은 검증된 능력자가 왜 배우에 도전하고 있을까. 이시원은 올해 데뷔 8년차 배우다. 서른셋, 적지 않은 나이다.

"연기가 좋으니까요. 전 배우로서의 저 자신에 굉장히 만족해요. 제게 있어 공부는 '배우하기 전에 했던 일'일 뿐이에요. 어떤 사람은 배우하기 전에 요리를 했다, 어떤 사람은 사진이 특기였다, 같은 거죠. 내가 하고싶은 걸 선택하고 행동해왔다는 점에 대해 자부심이 있어요. "

이시원의 필모그래피는 본인 말마따나 '많이 굴렀다'. 데뷔작인 '대왕의꿈'에선 진평왕의 아들까지 낳은 후궁 보량궁주로 출연했지만, 얼마 후 자객들에게 창을 맞아 살해됐다. '미생'에서는 주인공 장그래를 짝사랑하는 유치원 선생님이었고, '미세스캅'에서는 살인사건 용의자로 오해받은 마약 공급책이었다. '후아유-학교2015'에서는 동생의 원수를 갚기 위해 선생님으로 가장해 학교에 잠입한 언니였다. '알함브라'에서는 전 남편의 친구와 불륜 끝에 재혼하는 소아과 의사다. 단막극 '인출첵'에서는 보이스피싱 팀장으로 출연했다.

"고생을 좀 많이 했죠? 비밀 있는 캐릭터를 주로 맡은 거 같아요. 그래도 전 주체적이고 '깡' 있는 역할이 좋더라구요. '이런 연기도 할줄아네?' 제겐 최고의 칭찬이에요."

이시원이 하고 싶은 배역은 어떤 걸까. 이시원은 영화 '미스 슬로운'의 제시카 차스테인과 '오늘의연애'의 문채원 역할을 꼽았다. 이시원은 "상대를 휘어잡고 당당하면서 심리의 핵심을 찌르는 모습이 멋지다"고 말했다. 문채원에 대해서는 "사랑이 힘들어도 적극적이고 온몸을 감정에 맡기는 스타일이 부럽다"고 덧붙였다.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