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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한화 2년연속 가을야구 열쇠, 베테랑 마음 어디로 향하나

한화 이글스의 올시즌 목표는 2년 연속 가을야구다. 구단 내부적으론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객관적 전력은 중하위권이었지만 정규시즌 3위라는 '기적'을 만들었다. 한용덕 감독의 리더십, 강력한 불펜, 제라드 호잉-키버스 샘슨 효과, 그리고 젊은 피가 일을 냈다.

올시즌 한화 앞에 중대 해결과제가 버티고 있다. 리빌딩과 내부육성을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 이른바 베테랑 소외.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다보면 고참 선수 입이 튀어나오는 상황은 익숙하다.

실력대로 기용해도 선수는 자기 중심적이기 일쑤다. 유망주의 미래 가치와 베테랑의 과거 성과는 늘 충돌한다. 한화가 144경기를 버텨내려면 젊은 선수 뿐만 아니라 베테랑들이 힘을 보태야 한다.

2016년부터 한화는 긴축 재정으로 선회했다. 2년 연속 내부 FA와 협상 진통 중이다. 팀 운영전략이 바뀌었음을 말한다. 지난해 내부FA 안영명과 정근우가 해를 넘겨 계약을 했고, 올해 역시 내부FA 이용규 송광민 최진행과의 협상은 난산이다.

지난 시즌 막판 한용덕 한화 감독은 이례적으로 "터무니없는 리빌딩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었지만 리빌딩 전략에 일부 베테랑 선수들이 섭섭해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실제 한화는 지난 시즌 초반 베테랑을 중심으로 팀을 꾸렸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무게 중심이 젊은 선수 쪽으로 점차 기울었다.

방출된 배영수(두산 베어스 이적) 심수창(LG 트윈스 이적)은 기회 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송창식 권 혁 김태균 등 부상과 부진으로 2군에 머무는 베테랑이 점차 늘었다. 이들이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불만도 증폭되는 상황이었다. 심수창은 박종훈 단장에게 트레이드를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한화는 실제 트레이드를 추진했으나 여의치 않자 조건없이 그를 풀어줬다.

한 고참 선수는 자신의 출전기회 부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확인하기 힘든 다른 고참 선수의 태업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한용덕 감독은 시즌 내내 승리 인터뷰때마다 고참 선수들의 활약을 언급했다. 팀 전체 분위기를 고려한 배려였다.

올시즌 한화는 또 한번 기로에 선다. 본격 리빌딩 2년째. 지난해 혁신 결과는 11년만의 가을야구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과거 하던대로 했다면 불가능했을 업적이다. 한용덕 감독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도전을 강조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젊은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부여해 신구 팀내경쟁을 유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화의 운영 기조는 지난해와 궤를 같이한다. 같은 실력이면 젊은 선수에게 기회가 더 간다. 오랜 시간 봐 왔던 고참 선수보다 지켜볼 시간이 부족했던 젊은 선수의 출전기회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과연 이때 베테랑들이 이를 수긍하고 더 강한 의지로 기꺼이 팀내 경쟁에 뛰어드느냐가 관건이다.

한화는 1군과 2군의 기량 차가 크고,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허리를 담당하는 선수층이 옅은 팀이다. 30대 중후반 주전선수들에서 20대 초중반 선수들에게로 무게중심이 급격하게 옮아가는 중이다. 유별난 과도기는 성장통도 큰 법이다. 한용덕 감독은 "나이가 많든 적든 모두 귀한 선수들이다. 오직 실력으로 그들을 평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아무리 잣대가 명확해도 받아들이는 선수들 입장은 제각각일 수 밖에 없다. 벤치를 지키다 쌓이는 분노와 오기는 때로 '오냐 한번 해보자'는 긍정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반대로 불만을 키우며 마음을 내려놓기 시작하는 선수가 많아지면 팀 분위기는 산으로 간다.

팀 성적이 뒷받침될 때는 팀내 모든 잡음은 사그라든다. 문제는 위기상황에서 부각되는 이런 저런 불평 불만들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나이를 잊고 젊은 선수들과 기꺼이 '선의의 맞짱'을 뜨는 베테랑 2~3명. 그들만 있으면 어떤 팀이든 험난한 파도를 넘을 수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