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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세 깜짝등판' 구대성 감독 '50세까지 현역하고 싶은 욕심 있었다'

19일(한국시각) 호주 질롱베이스볼센터에서 열린 브리즈번과의 2018~2019시즌 호주프로야구리그(ABL) 최종 10라운드 3차전.

2-9로 뒤진 9회초였다. 갑자기 팬들의 함성이 커졌다. 구대성 질롱코리아 감독(50)이 마운드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한데 구 감독의 손에는 글러브가 들려있었다. 김진우-길나은에 이어 구 감독이 직접 공을 던지러 나온 것이었다. 예정에 없었던 시나리오였다.

이유는 안타까웠다. 투수 부족이었다. 구 감독은 질롱코리아 관계자를 통해 "부상투수가 너무 많다. 20일도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투수를 아끼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며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날 경기장에 정말 많은 팬이 찾아오셨다. 교민들이 많이 보이더라. 열심히 응원해준 팬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프로 마운드, 4년 만의 등판이었다. 사회인 야구와는 다른 세상이었다. 그래도 구 감독의 구위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1⅔이닝을 1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구 감독은 "거의 직구만 던졌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는 한 개씩만 던졌다. 구속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에 코너워크에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구 감독은 팬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모자를 벗어 손을 드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관중들의 응원소리가 크게 들리더라. 내 이름이 불리니 나도 모르게 모자를 벗어 감사인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한 것에 대해선 "항상 50세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 동안 허리가 좋지 않아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없었다. 뜻하지 않게 기록을 세우게 됐다"고 밝혔다.

또 졌다. '야구판 미생(未生)' 질롱코리아는 7승32패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도전은 포기하지 않는다. 구 감독은 "성적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이렇게 질롱코리아를 응원해주는 교민과 현지 팬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