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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FA 협상, 구단들이 변화의 키 쥐고있다

FA(자유계약선수) 미아가 속출할 위기에 놓였다. 강성으로 밀어붙이는 구단들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현재 KBO리그 FA 시장 분위기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감감무소식'이다. 해를 넘겨 1월 중순을 향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추가 계약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시장에 남아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이번 스토브리그를 앞두고 중소형FA로 평가받았다. 과거 성적이나 팀내 기여도를 제외한, 순수하게 현재 시점의 가치로 본 표현이다.

선수들이 계약을 못하고(혹은 안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 소속팀과의 협상이 원만하게 안되고 있고, 타 팀의 뚜렷한 러브콜도 없기 때문이다. LG 트윈스와 세부 사항 조율만 남겨둔 박용택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대부분 비슷한 처지다.

모든 팀들이 1월 29일~31일에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때문에 아직 시간은 있다. 하지만 여유는 없다. 여기서 조금 더 늦어지면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긴다. 아무리 선수들이 FA 협상과는 별개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해도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차질이 전혀 없을 순 없다.

FA 시장 한파는 어쩌면 예고된 일이었다. 구단들은 선수들의 몸값 단속으로 지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시즌초부터 가져갔고, 지난 가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KBO 이사회의 FA 제도 개선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불똥은 고스란히 FA 선수들에게 튀었다. 양의지(NC)나 최 정(SK) 같은 대어급 선수에게는 거의 영향이 없었지만, 나머지 선수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더이상 선수들에게 끌려가지 않겠다', '몸값 거품을 잡겠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겠다'는 구단들의 의도는 이해가 간다. 모기업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해 살림을 꾸려가야 하는 KBO리그의 특수성과 자체 육성 바람이 불고 있는 최근 흐름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구단들의 태도가 강경 그 이상의 선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단이 제시하고싶은 계약 내용을 선수에게 내밀고, 선수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알아서 하라'는 식의 분위기다. 사실상 협상이 아닌 통보에 가깝다. 언론을 통해 구단들의 FA 선수 협상과 관련한 내용이 전해질 때도 직선적이고 날선 표현을 쓰는 것을 더러 볼 수 있다.

철저히 시장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프로야구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구단이 '갑'이 될 수밖에 없다. 영입 시장에 여러 경쟁자가 뛰어들어야 밀고 당기기가 되는데, 지금은 1:1 협의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제대로 된 협상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문제는 이런 지나치게 강경한 구단들의 태도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남아있는 FA 선수들 가운데, 몇 선수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이번 시즌에도 1군 주전 전력으로 분류된다. 구단들도 이 선수들과 적정 수준의 계약을 하고 싶은 것이지, 아예 팀을 떠나게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결국 스프링캠프가 시작하고 시즌이 개막하면 또다시 한솥밥을 먹으며 얼굴을 마주볼 사이다.

그렇다면 보다 매끄러운 협의와 선수가 구단의 제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지금 시장에 남아있는 선수들이 'FA 초대박'을 꿈꾸기 때문이 아니다. 어느정도 각오를 하고 FA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낮춘 기대치보다도 훨씬 못미치는 조건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팀에 필요한 선수라면 지금처럼 평행선만 그리고 있을 수는 없다. 선수도 양보를 하되, 이제는 구단도 협상의 여지를 더 열어두면서 한발짝 다가갈 필요가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