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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①]도종환 장관이 밝힌 2032년 남북올림픽&도쿄 단일팀 구상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지지 않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요란하지 말자.'

2019년 새해 아침,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체육인들에게 건넨 자작시 '산벚나무' 중 일부다. 하얀 종이 위에 또박또박 써내려간 새해 메시지는 눈 위의 발자국처럼 정갈했다.

지난해 평창올림픽의 성공 이후 남북 관계는 급물살을 탔다. 봄날,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고, 여름날,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선 남북이 함께 시상대에 올랐고, 가을날, 문화 체육분야 특별수행원들의 방북도 성사됐다. 문화 체육 관광 주무 부서의 수장인 도 장관은 묵묵히 그 변화의 한복판을 걸어왔다. 새해에도 문화, 체육, 관광을 통한 남북 평화의 노력은 이어진다. 2032년 남북공동올림픽 유치,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단일팀이 당면과제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지지 않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요란하지 말자.' 산벚나무처럼, 절망에도 희망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겠다는 의지는 기해년 새해 도 장관의 다짐이자 체육인들을 향한 당부이자 약속이다.

지난 12월 26일 '평창올림픽패럴림픽 마스코트'수호랑-반다비, '유튜브 10억뷰 월드스타' 핑크퐁이 한자리를 차지한 서울 서계동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 집무실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났다.

[남북 교류]

-2017년 6월, 문체부 장관 취임 후 지난 1년 반을 회고한다면?

▶가장 큰 성과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다. 총 92개국 2920명의 선수가 참가한 평창올림픽은 모든 면에서 '흠잡을 게 없는 게 흠'이라는 내외신의 찬사를 받았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평화다. 올림픽 기간 중 전쟁을 멈추는 휴전결의안은 고대 올림픽부터 시작된 것이다. 사람을 찔러 죽이던 창으로 누가 더 멀리 던지는지 겨룬다. 올림픽이 추구하는 평화의 가치가 가장 구체적으로 실현된 올림픽이 평창올림픽이다. 남북 공동입장, 단일팀 등으로 '평화 올림픽'을 실현했고, 남북교류의 물꼬를 텄다. 국제 스포츠계가 인정한다. 기쁘게 생각한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 체육, 문화 교류가 남북정상회담, 북미회담으로 이어지면서 '국가의 운명을 바꿔나가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반면 사드 등의 문제로 짧은 기간 동안 큰 피해를 입은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는 임무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문체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정치, 외교적 문제가 얽혀 있어서 더 간단치 않았다. 업계와의 소통 강화와 국무총리 주재 범부처 회의체인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출범시키는 등 관광산업 활성화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새해에도 관광산업 재도약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

-남북 체육 교류에 있어 새해 특별히 공들이는 부분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남북체육장관에게 서한을 보냈다. 2032년 남북공동올림픽 개최를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우고 상의해서 2월15일 IOC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 오라는 내용이다. '가겠다'고 답신했다. 김일국 북측 체육상과 함께 갈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12월 14일 남북체육분과회담도 열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 단일팀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상의해 오라고 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도 함께 불러 단일팀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서 남북단일팀 종목과 실현 가능성은?

▶바흐 IOC위원장은 단일팀 문제가 평창올림픽 때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우리가 스포츠 강국이라 금메달 하나도 못 따는 나라들의 견제가 많아졌다. 단일팀 종목 가운데 남북이 협의중인 여자농구, 카누, 조정은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 북측이 요구하는 역도와 탁구는 우리 측 협회 및 선수들과 상의해야 한다. 수영, 수구는 우리가 단일팀을 제안했지만 북측에 선수가 없을 수도 있다. 남북이 상의해야 하는 종목이 있다.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 2월15일 이후에는 공동훈련에 들어가야 한다. 도쿄패럴림픽에서는 북측 참가가 예상되는 탁구, 수영, 육상 종목 중심으로 단일팀 구성을 검토중이다. 이런 일들이 2019년 상반기 진행될 예정이다.

-10년 이상 남은 2032년 남북공동올림픽 개최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는 이들도 있다. 실현 가능성은?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등 유치 신청국이 많은 상황에서 2월, IOC가 남북을 초청해 계획을 설명하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우리가 유치 설명회를 하러 다녀야 하는데 IOC가 먼저 초청한 것이다. 그 점이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차기 올림픽 개최지는 통상 7년 전(2025년)에 결정한다. 하지만 2028년 LA올림픽이 2024년 파리와 함께 11년 전인 2017년에 결정됐다. 우리도 바흐 위원장 임기 내인 2021년에 결정했으면 좋겠다.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남북공동올림픽 추진을 위해서는 IOC위원 배출 등 스포츠 외교가 특히 중요한 시점인데.

▶고민이 굉장히 많다. 평창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IOC위원을 할 분들이 어려움을 치렀다. 하루아침에 되진 않겠지만, 평창 성공 후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좋은 사람을 잘 추천하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남북교류의 접근법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일회성보다 교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콘텐츠의 업그레이드도 필요하다.

▶당연하다. 경기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물론 그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끌어내야 한다. 또 직접 경험하게 해야 한다.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경우 반대가 컸지만, 거기서 중단했다면 지금 같은 결과가 왔을까. 설득할 것은 설득하고 이해를 구할 것은 이해를 구해야 한다. '왜 선수들에게 물어보지 않았나' '왜 선수들을 희생시키느냐'는 것이 젊은 세대의 지적사항이었다. 선수들한테 직접 물어보니 '저희에게 뭐해주실 거예요?' 하더라. 올림픽 후에도 안정적으로 운동할 실업팀 창단을 원했고, 지난 12월 수원시청에서 여자아이스하키 실업팀을 창단했다. 이처럼 국가가 선수들을 희생시키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20-30대 젊은 층에게 설명 드리고 싶다. 스페인 바르셀로나FC와 남북단일팀 매치 같은 새로운 제안도 많이 들어온다. 이것 역시 선수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프로축구연맹, 축구협회와 함께 노력하겠다.

-2018년 남북관계가 급진전됐지만, 현주소는 안타깝게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김정은 위원장 답방도 성사되지 못했다. 향후 답방이 성사된다면 김 위원장에게 무엇을 먼저 보여주고 싶나?

▶우리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 공연, 전시, 우리의 아름다운 강산을 보여주고 싶다. 북측에 영상으로만 보여줬다. 가수 이선희 씨의 '아름다운 강산'이라는 5분 30초 상당의 노래에 맞춰 아름다운 자연과 발전된 산천의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북측에서 공연을 본 후 이선희의 당당한 자신감, 남쪽의 자신감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김 위원장에게 직접 아름다운 한라산, 우리의 문화적, 산업적으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2018년 연내 답방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남북교류가 끝났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호들갑 떨거나 절망을 만난다고 움츠러들지 말아야 한다. 김형우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