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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입소문→흥행'…'독전X보랩'이 입증한 2018년 스크린 키워드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잘만든 영화, 열 블록버스터 안 부럽다!"

2018년 극장가를 움직인 키워드는 무엇일까. 점유율 1위 CGV가 꼽은 세 가지는 장르의 다양성, 입소문, 팬덤이었다.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2018 하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는 CJ CGV 최병환 대표와 CJ CGV 이승원 마케팅 담당이 참석해 올해 극장가와 한국영화산업을 결산하는 자리를 마련했고 또 내년 스크린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먼저 올해 영화 시장은 할리우드의 프랜차이즈 시리즈와 한국영화의 다양성이 돋보였던 한해로 정리가 됐다. 이승원 마케팅담당은 "한국영화는 올해 대형 외화 프랜차이즈들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한국영화산업의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 측면 모두에서 충분한 성과를 냈던 한 해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8년 전국 관람객은 11월 말 기준 누적 약 1억9400만명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99% 수준인 것. 이 추세라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줄어든 수준에서 올 한 해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한국영화와 외국영화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한국영화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일 전망. 11월까지 한국영화 비중은 51%로 외화를 앞선 상황이다.

올해 외화는 프랜차이즈 영화의 강세 현상이 더욱 강했던 한해 중 하나다. 100만 이상 영화 중 프랜차이즈 영화 비중은 62%로, 지난해 50% 대비 12%p 높아진 것. 시리즈의 1편을 제외한 수치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심화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세계시장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해외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인 모조에 따르면 2018년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기준 10위 작품 중 8편 이 프랜차이즈 작품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영화는 오히려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소재를 무기로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영화 '신과 함께'(김용화 감독) 시리즈는 1, 2편 모두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의 새 역사를 썼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성공을 넘어 한국형 프랜차이즈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있는 사례가 된 것. 개성 강한 한국형 액션의 '독전'(이해영 감독) '마녀'(박훈정 감독) '공작'(윤종빈 감독)은 300만 이상의 관객을, 최근 몇 년 간 주목을 받지 못했던 공포, 로맨스 장르의 '곤지암'(정범식 감독) '너의 결혼식'(이석근 감독) '지금 만나러 갑니다'(이장훈 감독)는 2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스크린을 뜨겁게 달궜다.

또한 올해엔 입소문이 흥행의 큰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월별로 살펴보면 전통적인 비수기에 '마블 시리즈'가 포진하면서 올 4월은 전년 대비 관람객이 상승한 가운데 8월까지는 전년과 거의 유사한 수준의 관람객 추이를 보였지만 9월과 10월의 누적 관객수가 전년 대비 꺾이면서 올해의 '아픈 손가락'이 된 것. 9월과 10월의 총 관람객은 전년 대비 90% 수준으로, 특히 추석을 기점으로 전후 1주일로 기간을 좁혀보면 전년 추석 시즌의 76.2%에 지나지 않았다. 치열해진 경쟁 상황에서 특정 시즌에 유사한 장르의 영화가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이목을 끌지 못했을 뿐 아니라, 관객들이 관람 전 영화정보를 꼼꼼히 검증하는 방식까지 더해진 결과다.

관객들이 찾아보는 정보들 중에 관람평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아, 부정적 바이럴에 의한 관람 포기율이 약 33% 에 이른 것. 그러나 역으로 영화 '서치'(아니쉬 차간티 감독) '보헤미안 랩소디'(브라이언 싱어 감독) '월요일이 사라졌다'(토미 위르콜라 감독) 등과 같이 입소문으로 박스오피스 순위를 역주행하는 '개싸라기 흥행(시간이 갈수록 관객수가 증가한다는 영화계 은어)'이 올 한 해 다수 터지며 장기 상영으로 이어져 눈길을 끈다.

실제로 이승원 마케팅담당은 입소문의 힘을 강조하며 "지난 10월 조사한 CGV 리서치센터의 영화선택영향도 조사 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하기 전에 찾아보는 정보가 평균 3.7개 정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연령이 어리고, 라이트 유저(Light User) 일수록 자신이 볼 영화에 대해 정보를 탐색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관객들은 더 이상 단순히 배우, 감독, 예고편 등과 같은 영화 내적 요인만 가지고 영화를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입소문은 팬덤으로 이어져 영화 부흥을 이끌기도 했다. 지난 11월을 강타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말 그대로 팬덤이 만들어낸 히트작인 것. 개봉한지 한 달이 넘은 시점에도 매주 새로 개봉한 작품을 밀어내고 정상권에 자리했고 무엇보다 주 관객층이 중장년 세대가 아닌 2030 세대로 눈길을 끌었다. 초반에는 퀸을 경험한 40대, 50대 팬들에게 어필하다가 점차 젊은 세대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싱어롱 버전으로 시작된 떼창은 춤과 야광봉이 어우러진 콘서트장으로, 또는 프레디 머큐리 코스프레의 장으로, 또는 프로 떼창러 대관 행사로 관객에 의해 변형되면서 자가 발전하게 됐다. 또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01,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17년 만에 4DX 버전으로 재개봉되어 26만명을 넘게 동원, 역대 재개봉 영화 중 3위를 기록했다. 본 작품의 좌석 점유율은 54.4%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8, 안소니 루소·조 루소 감독) 4DX의 56.3% 좌석 점유율과 거의 맞먹는다.

추억이 있는 20대와 입소문을 듣고 자란 10대들이 흥행을 주도하면서, 재개봉 초기에는 원정 관람, 암표 구입 등으로 화제를 자아냈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월드 투어를 담은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박준수 감독) 또한 팬덤이 만들어낸 쾌거였다. 개봉 이후 12일만에 30만 관객을 돌파하며 아이돌 다큐멘터리 중 가장 많은 관객수를 기록했다. 본 작품의 재관람률은 10.5% 로, 10만 이상 영화 중 역대 최고 재관람률 수치를 기록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