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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구인난 선수협 기상천외 고민 '순환보직-회장단-은퇴선수' 등등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의 회장 구인난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총회의 주요 안건은 회장 선출이었다. 소득은 없었다. 각 구단이 1명씩 후보를 내세우기로 했는데 후보를 내지 않은 구단도 있었고, 선출된 후보의 비중이 다소 떨어진다는 일부 반발도 있었다. 결국 회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선수협 내에서는 기상천외한 의견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는 순환 보직이다. 각 구단의 대표가 돌아가면서 회장을 맡는 방식이다. 순환 형식에는 전년도 우승팀의 대표가 당해년도 회장을 맡은 방안도 거론됐다.

선수협은 지난해 4월 이호준 회장의 자진 사퇴 이후 1년 반 넘게 회장을 뽑지 못한 상태다. 선수들이 너도나도 자리가 주는 압박감이 부담스럽다면서 고개를 가로 저은 결과다. 이후 집단 지도체제를 구성했다. 각 구단 주장들이 선수협의 당연직 이사로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 협의를 이끌어낼 구심점이 없어 어려움을 겪어 왔다.

두 번째 안은 회장단 구성이다. 회장 1명이 집중부각되는 현 상황이 부담스럽기에 구조를 바꾸자는 의견이다. 다수의 회장단을 꾸려 회장과 복수의 부회장들이 함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구조다. 부회장 중 1명은 20대 젊은 선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쿼터로 활용하자는 얘기도 있었다.

세 번째 안은 은퇴선수 영입 주장. 명망있는 은퇴 선수를 회장으로 영입하자는 이야기다. 현역 선수들은 구단과 팬,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유명 은퇴선수가 오히려 운신이 폭이 넓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여러 논의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모든 것을 떠나 최선은 선수들의 뜻을 아우를 수 있는 신임 회장 선임. 선수협은 내년 1월 각팀 대표들(구단별 5명 내외)이 모여 재차 회장 선임을 논의하기로 했다. 차선으로 대체 안 중 하나가 결정된다 해도 권리만 누리고 책임은 서로 미룬다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순환 회장의 경우 리더십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임기 내 여러 사안을 결정짓는 데 있어 동력이 떨어진다. 회장단은 현 집단 지도체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선수협이 겪고 있는 리더십 부재가 개선되기 힘들다. 은퇴 선수 출신 회장은 현역선수들의 고충을 100% 이해하기 힘들다.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커 보인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5일 "내년 1월에는 어떻게든 회장을 선출하려 한다. 선수들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최근 투고타저, 관중동원 등 여러 KBO리그 문제점이 거론될 때마다 선수들이 문제 중심에 설 수 밖에 없다. 회장은 심적부담이 큰 자리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공석으로 둘 수 없다. 최근 FA 상한제 논의 등 주요 현안이 있을 때는 회장 리더십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이익 뿐만 아니라 고통 분담이 필요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