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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덕 감독 '양의지 안잡는다. 최재훈-지성준 때문'

한화 이글스가 FA 최대어 양의지(두산 베어스) 쟁탈전에서 빠진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한용덕 한화 감독은 20일 "훈련성과는 만족한다.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를 느끼고 있다. 잘 준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가 최고 포수 양의지에 눈독을 들인다는 업계 소문에 대해 한 감독은 "지난 일"이라고 못박았다. 한 감독은 "내부적으로 검토한 적이 있지만 결론은 우리 포수들의 성장을 더 믿자는 쪽이었다. 지금 우리가 양의지를 데려온다고 해서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 된다고 보나?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양의지를 데려오면 최재훈과 지성준의 자리가 없어진다. 지난 1년간 땀흘리며 성장시킨 토대가 무너진다는 생각도 했다. 1년이라는 노력과 시간이 통째로 사라지는 셈이다.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내부적으로 더욱 단단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 최재훈과 지성준이 더 잘해줄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올시즌 최재훈과 지성준이 포수 마스크를 번갈아 썼다. 최재훈이 주전, 지성준이 백업으로 시즌을 출발했다.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이 지성준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지성준의 출전시간이 대폭 늘었다.

최재훈은 올시즌 128경기에서 타율 2할6푼2리(298타수 78안타) 1홈런 27타점을 기록했다. 지성준은 99경기에서 타율 2할7푼5리(207타수 57안타) 7홈런 29타점을 올렸다. 공격은 지성준이 낫고, 수비와 투수리드는 최재훈이 우위라는 평가다.

특히 지성준은 1군 경험이 거의 없는 신예였지만 지난해 가을 마무리캠프에서 한용덕 감독의 눈에 띄었다. 기회를 부여하면서 지성준은 차츰 성장했다. 지성준은 한시즌 내내 1군 자리를 지켰다.

최재훈은 지성준과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점차 단련됐다. 전반기에는 방망이 때문이 고민이었지만 후반기 맹타를 휘두르며 확 달라졌다. 4월타율은 2할5푼6리, 5월타율은 1할6푼7리, 6월에도 2할3푼4리로 부진했다. 7월 3할8푼9리로 반전을 만들었고, 8월 3할8푼1리, 9월에도 2할9푼4리로 잘 쳤다.

현재 기량만 놓고보면 최재훈과 지성준은 양의지와 단순 비교할 재목은 못 된다. 공수 모두 많이 뒤진다. 한용덕 감독은 최재훈과 지성준의 성실성과 하고자 하는 열정을 높이 사고 있다. 발전 가능성도 믿고 있다. 내년에 10%, 20%만 분발해준다면 한화는 안방걱정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다. 최재훈과 지성준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할 차례다.

양의지가 매력적인 카드임을 모르는 지도자는 없다. 다만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영입하면 그만큼 부담도 커지는 법이다. 제대로된 선발투수가 없는 양의지는 반쪽짜리 배터리다. 한화 구단과 한용덕 감독이 생각을 바꾼 이유다. 한화는 비시즌 첫 번째 과제로 선발진 강화를 꼽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