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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미를 완성한 벤투 감독 한국축구의 '구세주'

"2018년 영원히 잊지 못한다."

2018년 마지막 A매치를 끝낸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기억될 이미지의 강렬함으로 따지면 2002년 못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 이전까지 한국 축구사에 가장 강렬했던 해는 한-일월드컵이 개최된 2002년이었다. 기적같은 4강 진출 신화는 한국은 물론 세계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02년이 '환희'만 가득한 해였다면 2018년은 성격이 크게 다르다. 극단적인 '극과 극'을 경험했다. 극과 극의 가슴 졸였던 여정의 대미를 장식한 이가 파울루 벤투 감독이다. 2018년 마지막, 벤투 감독은 '구세주'가 된 것이다.

한국축구는 2018년 시작부터 우울했다. 2017년 하반기부터 한국 축구계를 뒤흔들었던 슈틸리케 감독 경질-'히딩크 논란' 등의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광풍처럼 몰아친 '사건'들이어서 축구협회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자리잡았고 싸늘해진 축구팬들의 민심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이 열리는 6월까지 이어졌다. '신태용호'가 월드컵을 향한 출정식을 가질 때까지도 체감 열기는 사상 최악이었다. '월드컵? 하든지, 말든지…', '3전 전패 광탈' 등 조소와 무관심론이 온라인 여론을 지배했다. 안정환 등 한국축구 레전드들이 너무 싸늘해진 월드컵에 대한 관심도에 우려감을 나타내고 관심을 호소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그렇게 돌아올 것 같지 않던 민심은 러시아월드컵 독일과의 조별예선 최종전을 계기로 극적인 전환기를 맞았다.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한 역사적인 승리에 이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의 또 역사적인 금메달을 일구자 민심 회귀는 가속화됐다. 살아난 축구 열기가 K리그에도 반영되자 '가을에 찾아 온 한국축구의 봄'이란 말도 나왔다.

힘겹게 되살린 '봄기운'이 무르익을 때 벤투 감독이 등장했다. '모 아니면 도'였다. 잔칫상을 한방에 걷어차버릴지, 잔치 분위기를 한층 무르익게 할지는 벤투 감독에게 주어졌다. 다시 살얼음판이다.

축구협회가 벤투 감독을 낙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여론은 반반이었다. 팬들의 눈높이는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터라 경력, 지명도 등에서 벤투 감독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이가 많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에 대한 미련이 여전한 것도 작용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보란듯이 주변의 우려와 회의적인 시선을 날려보냈다. 부임 초기부터 긍정 이미지를 보였다. 파주NFC에 감독-코치진이 상근 업무를 할 수 있는 근무 공간을 만들어달라 하는가 하면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인근 고양시에 숙소를 요청했다. 종전 외국인 감독과 비교하면 신선한 행보였고 이는 한국축구를 제대로 이끌고 싶은 깊은 열정으로 보여졌다.

지난 9월 7일 코스타리카와의 데뷔전에서 2대0 완승으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벤투 감독은 결과로도 부족함이 없었다. 올해 마지막 A매치로 치러진 20일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4대0 대승을 거두기까지 총 6경기에서 3승3무. 기분좋은, 크게 흠잡을 데 없는 무패 행진이다. 종전보다 전진패스가 많아지고, 빠르고 세밀한 패스 빌드업 등 '우리 축구가 달라졌어요'라는 호평은 벤투 감독이 안겨준 보너스다.

독일전-아시안게임의 환희 속에서도 "늘 그래왔듯 냄비처럼 반짝 끓었다가 마는 거 아냐?"란 우려에 조마조마했던 한국축구. 벤투 감독은 이런 우려에 사망선고를 내렸지만 저승사자가 아닌 구세주였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