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C초점] '계룡선녀전', 문채원이 멱살잡고 끄는 선녀로맨스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tvN 월화극 '계룡선녀전'에 대한 평이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계룡선녀전'은 699년 동안 계룡산에서 나무꾼의 환생을 기다리며 바리스타가 된 선녀 선옥남(문채원, 고두심)이 정이현(윤현민)과 김금(서지훈) 두 남자를 우연히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작품은 지난 5일 수많은 기대 속에 5.6%(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의 시청률로 야심차게 스타트를 끊었다. 이는 시청률 10%대를 넘기며 tvN 월화극의 신화를 새롭게 쓴 전작 '백일의 낭군님'의 첫 방송 기록(5%)보다도 높은 것이라 tvN 측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2회 5%, 3회 3.1%로 시청률이 뚝뚝 떨어진 것.

물론 시청률이 작품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지만, 방송 4회 만에 시청률이 반 토막 난 것은 분명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일단 태생적인 문제가 있었다. '계룡선녀전'은 돌배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이미 웹툰이 완결이 난 상황이기 때문에 웹툰 팬들은 이야기 전개 과정과 결말까지 모두 꿰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좀더 드라마적 요소를 심는 각색에 집중했어야 하는데, '계룡선녀전'은 이를 간과했다. 날개옷을 돌려주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난 나무꾼 때문에 천계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수백년 동안 홀로 딸 점순(강미나)을 키우며 살아온 선옥남이 남편을 향한 지고지순한 순정으로 그를 기다린다는 설정이 반 21세기적이라는 지적은 그렇다 치자.

선옥남이 정이현의 우렁찬 소변 소리를 듣고 생전 남편의 소변 소리와 진지하게 비교한다거나, 선옥남이 "그분이 아직 날 예쁘게 봐주실까"라며 미용실을 찾는다거나, 탑돌이를 하던 정이현의 유치찬란한 티격태격 신 등은 원작 특유의 담백하고 소소한 개그 코드를 과하게 확대해석 한 탓에 개연성 실종, 황당할 정도로 결이 튀는 억지 개그, 캐릭터 붕괴와 같은 문제를 야기했다.

'계룡선녀전'이 판타지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CG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작품이다.김윤철PD 또한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CG의 크리처(생물)가 등장할 예정이다. CG 양 때문에 드라마 시스템에서는 힘들어 사전제작 시스템으로 6개월 전부터 촬영했다. 그럼에도 빠듯한 일정이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가장 자연스럽고 귀여운 CG 크리처를 보게 될 거다. CG가 관전포인트"라고 자신했다. 윤현민 또한 "호랑이 고양이 사슴과 연기할 때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 연기하게 됐다. 굉장히 새롭고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촬영을 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든다"고 덧붙여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막상 베일을 벗은 CG는 재앙 수준이었다. '계룡선녀전'은 점순이가 고양이일 때의 모습을 CG로 처리하고 있는데 이질감이 커도 너무 크다. 이런 수준의 CG라면 더 이상의 극 몰입은 어렵다.

설상가상 남주인공인 윤현민의 연기력 논란까지 일었다. 윤현민이 맡은 정이현은 과학으로 모든 일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생물학과 부교수다. 외모부터 화려한 커리어까지 고루 갖췄지만 매사 불만 많고 결벽증에 불면증까지 있는 중증 까칠병 환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현민의 정이현은 원작 캐릭터와는 매우 다르다. 시니컬하고 까칠한 매력은 사라졌고, 깨방정스러운 코미디만 남았다. 원작 캐릭터의 무게감에 빠졌던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물론 제작진의 캐릭터 해석 문제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윤현민의 연기력 자체가 삼각관계와 감정변화로 인한 딜레마와 혼란, 알콩달콩하면서도 때로는 가슴 아린 로맨스까지를 모두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총체적 난국을 맞은 '계룡선녀전'을 멱살 잡고 끌어가는 건 문채원과 고두심이다. '국민 엄마' 고두심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두번 말하기도 입 아플 정도니 접어두자. 문채원이 보여주는 의외의 활약은 '계룡선녀전'의 희망이다.

12일 방송된 '계룡선녀전'에서는 정이현이 그토록 기다린 서방님일 거라 확신하는 선옥남의 모습이 담겼다. 선옥남은 전생에서 고생하던 서방님이 현생에서 학자가 되어있는 모습에 뿌듯해하며 옷을 지었다. 그리고 옷을 선물하기 위해 정이현의 강의실로 직행, 직진녀의 모습을 보였다. 방송 말미에는 술에 취한 정이현이 점순이를 찾으며 미안하다고 잠꼬대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처럼 문채원은 정이현의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설렘과 벅찬 감동을 느끼는 선옥남의 선녀 로맨스를 유쾌하고 애잔하게 그려내며 극을 이끌었다.

담담한 내레이션 또한 캐릭터의 감정선을 배가시키는 요소였다. 정이현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 "699년을 살았다 하나 699일을 여행한 것이나 다름 없으니 그대를 기다린 세월이 어찌 길기만 하다 하겠소. 천천히 그리 오셔도 좋소. 소선은 이렇게 한걸음에 닿을 거리에 있으니"라는 내레이션은 캐릭터의 단단한 사랑과 기쁨을 그대로 전달하며 감동을 배가시켰다.

아직까지 '계룡선녀전'은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전작 퀄리티에 미치지 못한다는 혹평이 줄을 잇고,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비롯한 tvN의 웹툰 리메이크 자부심에도 생채기가 생기고 있다. 유일한 호평을 받아내고 있는 문채원의 연기가 이 드라마의 활로를 뚫어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