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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김광현의 154㎞, 제2의 전성기를 열다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된 것인가.

SK 와이번스의 통산 4번째 우승을 결정지은 마지막 공은 에이스 김광현이 던졌다. 김광현은 지난 12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 5-4로 앞선 연장 13회말 등판해 세 타자를 가볍게 처리하고 세이브를 기록했다. 13회초 한동민의 솔로홈런으로 SK가 리드를 잡자 트레이 힐만 감독은 불펜에 김광현을 대기시켰다. 그에게 우승의 마지막 장면을 연출시키고 싶은 마음이 계획대로 발동한 것이다.

김광현은 2007, 2008, 2010년에 이어 통산 4번째 우승 반지를 끼게 됐다. 주목할 것은 이 네 번째 반지가 김광현의 전성기를 다시 열어 젖힐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07년 신인 1차 지명을 받고 SK에 입단한 김광현은 1년 뒤인 2008년 KBO리그 마운드를 평정하며 첫 번째 전성기를 맞았다. 그해 27경기에서 16승4패, 평균자책점 2.39를 올리며 정규시즌 MVP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기세는 2010년까지 이어졌다. 그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거둔 45승은 같은 기간 전체 투수들 가운데 최다승 기록이다.

그러다 팔꿈치 등 여기저기 부상이 이어지면서 재활군과 1군을 오르내리던 김광현은 2013년부터 다시 풀타임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며 에이스 모습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왼쪽 팔꿈치 통증을 완벽하게 제거하기로 마음을 먹고 지난해 1월 인대접합 수술, 즉 토미존 서저리를 받았다.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몸에 칼을 댄 것이다. 수술 직전 SK와 4년 85억원에 FA 계약을 한 김광현은 철저하고도 완벽한 재활을 거쳐 다시 마운드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재활에는 계획대로 1년이 걸렸다. 김광현은 올시즌 시작부터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SK 구단의 치밀한 관리 방침을 따라야 했다. 구단은 110이닝을 넘기지 않겠다며 관리 계획을 밝혔고, 실제 김광현은 4월 말과 6월 중순, 두 차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김광현의 의욕은 넘쳤다. 당초 계획했던 이닝을 초과해 136이닝을 던진 것이다. 규정이닝을 채울 뻔도 했다. 그렇다고 몸에 무리가 간 것은 아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4차례 등판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2경기에서 7이닝 6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과시하며 건강한 몸 상태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우승을 확정한 13회말 김광현은 1사후 양의지와 박건우를 잇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 강력한 직구를 구사했다. 올시즌 마지막 투구인데다 우승을 결정짓는 순간을 앞두고 있어 전력 투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직구 구속이 잇달아 153㎞, 154㎞를 찍었고, 박건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을 때 던진 슬라이더는 142㎞였다. 건강한 김광현의 구위가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올해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특히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건강함과 직구 스피드는 내년 이후 김광현의 행보가 심상치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전조(前兆)나 다름없다. 3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을 올린 2008~2010년이 제1 전성기라면, 올해 제2의 전성기가 열렸다고 봐도 무리는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