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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으로 바뀐 장원준-유희관, 역할은 끝나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는 김태형 감독 체제에서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과 2016년이다.

2015년에는 당시 최강으로 불리던 삼성 라이온즈를 5경기만에 물리치며 파란을 일으켰다. 김 감독의 데뷔 시즌이었다. 2016년에는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한 뒤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김경문 감독이 이끌던 NC 다이노스를 4승으로 물리쳤다. 두산이 비로소 '왕조'로 불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강력한 선발진이었다.

그 중심에 장원준과 유희관이 있었다. 두 선수는 두 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나란히 승리투수가 됐다.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장원준은 3차전에 선발등판해 7⅔이닝 6안타 1실점의 빛나는 투구로 5대1 승리를 이끌었다. 유희관은 1차전과 5차전에 선발등판했다. 1차전에서는 6이닝 8안타 5실점으로 고전했지만, 5차전에서는 6이닝 5안타 2실점의 호투로 4승째를 이끈 주역이 됐다.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도 두 선수의 활약은 기대에 어긋남이 없었다. 2차전에 선발등판한 장원준은 NC 타선을 8⅔이닝 동안 10안타 1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눌렀고, 유희관은 4차전에서 5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지며 2년 연속 우승을 결정짓는 게임의 승리투수로 기록됐다. 2016년 두산 선발진은 더스틴 니퍼트, 장원준, 마이클 보우덴,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판타스틱4'로 불렸다.

그러나 장원준과 유희관은 현재 선발 투수가 아니다. 올시즌 정규시즌서 장원준은 부상과 부진을 거듭하며 24경기에서 3승7패, 평균자책점 9.92를 기록했다. 유희관은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며 10승10패를 올렸지만, 평균자책점은 6.70으로 좋지 않았다. 결국 두 선수는 한국시리즈에서 선발 역할을 맡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은 두 선수를 불펜 요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SK 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두산은 조쉬 린즈블럼, 세스 후랭코프, 이용찬, 이영하가 선발로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이영하는 등판 예정이었던 지난 8일 인천 4차전이 우천으로 취소되는 바람에 불펜에서 대기하는 상황이 됐다. 장원준과 유희관은 계속해서 불펜 역할을 해야 한다. 불과 2,3년전과 비교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김 감독은 "2015년과 2016년 두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는데 있어 핵심이었는데"라며 안타까움 마음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이번 한국시리즈 들어 두 선수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하지는 않았다. 정규시즌서 나름대로 역할을 했지만, 선발을 맡기기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신 이영하가 4선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3차전까지 치르는 동안 장원준은 두 차례 등판했다. 1차전에서는 7회 2사후 나가 볼넷만 3개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고, 3차전에서도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1안타를 내주고 역할을 끝냈다. 유희관은 아예 등판 기회를 얻지 못했다.

두산의 주축 선발투수였던 두 선수의 처지가 달라진 건 '세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왕조'를 함께 일구던 니퍼트와 보우덴은 지금 두산에 없다. 그러나 두 선수는 여전히 두산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비록 선발 또는 핵심 불펜 요원은 아니지만, 경험의 중요성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