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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켈리, 4년전 접었던 꿈 현실로 드러낼 것인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호투한 메릴 켈리는 지난 2014년 12월 SK 와이번스와 계약할 때 "한국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탬파베이 레이스와 와이번스 구단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2015년 4월 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KT 위즈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를 당시 그의 나이는 26세 6개월이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던 나이 20대 중반의 선수가 다른 리그의 문을 두드린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기량이 떨어진 것도 아니고, 특별한 개인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켈리는 당시 소속팀 탬파베이에서는 기회를 얻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SK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15년 탬파베이는 크리스 아처, 에라스모 라미레스, 제이크 오도리치, 네이트 칸스 등 켈리 또래의 20대 중반 투수들이 선발로 먼저 자리를 잡았고, 유망주로 평가받던 알렉스 콜로메도 선발로 각광받고 있었다. 켈리는 2014년 트리플A에서 9승4패, 평균자책점 2.76으로 뛰어난 성적을 보여 메이저리그 승격이 유력했지만, 보직을 불펜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국행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국에서 1~2년 정도 뛰면서 기량을 닦은 뒤 다시 메이저리그를 노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후 SK에서 4시즌을 뛰었다. 데뷔 시즌에는 11승10패, 평균자책점 4.13을 올렸고, 2016년에는 31경기에서 200⅓이닝을 던지며 9승8패, 평균자책점 3.68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2017년에는 자신의 한 시즌 최다인 16승(7패)에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 KBO리그 최정상급 선발로 우뚝 섰다. 이런 활약상이 미국에도 알려지면서 올시즌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그의 피칭을 보기 위해 문학구장을 찾는 일이 더러 있었다.

올시즌 성적은 12승7패, 평균자책점 4.09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현장의 평가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7일 인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켈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모두 드러내며 최고의 기량을 뽐냈다. 7이닝 4안타 2실점(비자책점)의 호투로 KBO리그 생애 첫 포스트시즌 승리투수가 됐다. 직구 구속은 최고 153㎞를 찍었고, 커터, 체인지업, 커브의 변화구도 완벽하게 구사했다. 5회 수비 실책이 없었다면 무실점 경기가 될 수도 있었다.

켈리는 확실히 마이저리그 시절보다 기량이 발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직구 구속이 늘었을 뿐 아니라 이닝소화능력과 경기운영능력 등 모든 부분에서 전성기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다. 그가 4년전 잠시 접었던 메이저리그의 꿈을 다시 끄집어내고 있을 지 모를 일이다.

SK는 켈리가 한국시리즈를 마치고 어떤 의사를 내비칠 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까지는 특정 구단으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을 들은 게 없고 관심 정도의 표명 수준이지만, 시나리오가 어떻게 전개될 지는 모르는 일이다.

켈리의 연봉은 첫 해 35만달러에서 올해 140만달러로 4배나 뛰었다. 올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30만달러의 인센티브도 챙긴 것으로 보인다. 만일 SK와 재계약한다면 올해보다는 좋은 대우를 해줘야 하는 건 구단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정규시즌 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 활약상을 봐도 인상 요인은 충분하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재계약 대상 외국인 선수는 다년계약이 허용돼 그의 거취와 관련해 SK가 참고할 만하다.

한국의 늦가을 그라운드에서 켈리가 그리는 내년 시즌 자신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