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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프리뷰]'권순태 더비(?)' 역대급 응원전 전운 감돈다

'대리 한-일전 물러설 수 없다.'

수원 삼성이 K리그의 자존심을 건 역전 드라마에 도전한다.

24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 2차전에서다. 서정원 감독이 자리를 비웠던 원정 1차전서는 2대3으로 패했다.

서 감독 복귀 이후 상승세를 탄 수원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았지만 원정 두 골을 넣은 터라 그리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두 골 이상 실점하지 않는 전제 아래 한 골 차라도 승리하면 된다. 3-2로 승리하면 연장승부다. 2001, 2002년 아시아 챔피언을 경험했던 수원은 올해 조별리그에서 가시마와 미리 만나 1승1패를 했다. 클럽 대항전이지만 대리 한-일전이 불가피한 가운데 이른바 '권순태 더비'까지 더해져 축구팬들의 관심은 고조되고 있다.

▶전운 감도는 '권순태 더비'

가시마 골키퍼 권순태는 1차전 도중 임상협을 상대로 일으킨 '박치기 사건'때문에 이슈의 중심이 됐다. 당시 권순태의 행동은 국내 축구팬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런 가운데 맞은 원정 리턴매치. 가시마 팬들의 움직임부터 예사롭지 않다. 수원 구단에 확인한 결과 가시마는 원정임에도 대대적인 응원전을 준비하고 있다. 플래카드, 대형 깃발, 게이트기 등 사전 신청한 응원도구가 100여개에 달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규정에 따라 정치적, 인종차별적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응원도구와 문구 등을 사전 신청토록 하고 있다. 해당 신청서의 분량도 A4용지 14페이지나 됐다. 수원 관계자는 "수원 홈경기 기준, 역대 ACL 경기 응원도구 신청 가운데 최다 분량"이라고 말했다. 최대 규모인 500여명의 가시마 응원단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응원 구호에는 권순태 사건을 의식한 듯 관련 문구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는 권순태와 함께 싸운다!', '가시마엔 순태가 필요해', '파이팅 권순태' 등 아예 한글로 표기한 것을 비롯해 'No 1.守護神 權純泰', 태극기와 권순태 사진을 합성한 걸개 등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NTV가 생중계팀을 파견하는 등 일본 미디어도 대거 취재 신청을 했다. 수원 팬들도 가만 보고 있을 리 없다. 수원의 공식 서포터스인 '프렌테트리콜로'는 각종 SNS 계정을 통해 사실상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경기장 N석(수원 서포터석)을 가득 메웠던 전북과의 ACL 8강 2차전 때와 마찬가지로 서포터 응원단을 최대한 끌어모으고 대형 통천 등 응원도구도 모두 동원할 예정이다. 걸개에 규정에 어긋난 문구를 쓸 수 없는 대신 권순태를 향한 '안티콜'은 다수 등장할 것이라는 게 수원팬들의 정서다. 프렌테트리콜로를 이끌고 있는 김한수 대표는 "응원전에 밀리지 않기 위해 1만∼1만5000명의 응원세력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번 경기는 K리그의 자존심이 걸린 대리 한-일전이다.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자는 게 아니라 한-일전의 정서는 모든 축구팬들이 알 것이다. 굳이 수원 팬이 아니더라도 K리그를 응원하는 분이라면 많이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보고 싶지 않은 것' vs '보고 싶은 것'

수원이 이번 2차전에서 보고 싶지 않은 두 가지가 있다. 불운과 수비불안이다. 1차전은 사실상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다. 권순태가 임상협에게 가한 파울은 경고가 아니라 퇴장감이었다는 게 대다수 축구인들의 판단이다. 하필 그 상황을 주심이 제대로 목격하지 못한 게 불운이었다. 한 심판위원은 "백번 양보해 권순태의 박치기 행위가 임상협에 직접 접촉되지 않아 경고감이라 치더라도 직전에 발로 차려는 듯한 행위도 경고감이다. 결국 경고 2개 누적으로 레드카드가 나와야 했다"고 말했다. 권순태의 퇴장 판정이 나왔다면 경기 흐름이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었다. 후반 추가시간인 48분 통한의 결승골 허용도 지독히 운이 없었다. 골키퍼 신화용이 프리킥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구자룡과 부딪혔는데 하필 상대의 슈팅이 넘어진 구자룡의 다리를 맞고 굴절되면서 골이 됐다. 여기에 또 보고 싶지 않은 것은 고질병같은 막판 수비불안이다. 2-0으로 앞서다가 세 골을 내리 허용한 1차전도 그랬고 수원은 올시즌 리드하다가 골을 허용하는 경우가 잦았다. 지난 33라운드 포항전에서 보여준 투지가 또 필요하다. 꼭 보고 싶은 게 또 있다. 해결사 데얀이다. 1차전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었던 데얀은 한 골만 더 넣으면 이동국(전북)의 역대 ACL 최다골(36골) 기록과 타이가 된다. 멈추지 않는 '서정원 복귀 효과' 역시 팬들이 보고 싶은 장면이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