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역시 접전으로 진행됐다. 중반까지는 넥센의 제이크 브리검과 한화의 장민재, 두 선발간의 팽팽한 투수전, 이후에는 양팀 벤치의 다양한 작전과 투수 교체, 용병술이 치열하게 불을 뿜었다. 3차전을 수놓은 승부처를 3가지 키워드로 분석했다.
▶넥센의 '전진 수비'
한화 한용덕 감독은 경기 전 번트 작전에 대해 "우리 스타팅 특성성 번트가 쉽지 않다. 확률이 낮다"고 했다. 한화는 대전서 열린 1,2차전서 희생번트를 하나도 대지 않았다. 찬스에서 강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 넥센은 무사 위기에서 번트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한화는 2회초 선두 이성열의 볼넷과 김태균의 좌전안타로 무사 1,2루의 기회를 잡았다. 다음 타자 하주석이 넥센 선발 브리검의 초구에 번트를 댄 것이 파울이 됐다. 이때 넥센은 전진 수비를 폈다. 1루수 박병호와 3루수 김민성이 정상 위치에서 4~5m 앞까지 나와 번트에 대비했다. 그러나 하주석이 브리검의 2구를 잡아당긴 타구가 원바운드 후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박병호의 키를 넘어 우익수 앞으로 흘러 적시타가 됐다. 한화는 계속된 무사 1,3루에서 최재훈의 좌전적시타로 한 점을 보탰다. 이 타구 역시 전진 수비를 한 3루수 김민성의 옆을 원바운드로 포물선을 그리며 지나갔다. 넥센은 한화의 혹시 모를 번트에 대비해 1,3루수를 앞으로 당겼으나, 한화의 강공과 크게 바운드된 타구에 당한 셈이다. 결과론이지만 전진 수비의 폐해 가운데 하나다.
▶한화 포수 최재훈의 '블로킹'
투수의 원바운드 공이 뒤로 빠져 상대의 진루나 득점으로 연결되면 해당 투수에게 폭투가 주어진다. 그러나 포수가 블로킹으로 이를 막는다면 '볼'이 하나 추가될 뿐 별다른 불익은 없다. 한화 포수 최재훈은 3-2로 앞선 6회말 수비서 블로킹에 관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1사 1,3루에서 한화의 바뀐 투수 김범수가 넥센 대타 고종욱을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원바운드 공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공은 최재훈의 미트로 들어갔다. 우효동 주심은 처음에 파울을 선언했지만, 최재훈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른 비디오 판독 결과 헛스윙 삼진으로 번복됐다. 최재훈의 블로킹이 빛났다. 그러나 다음 타자 김재현 타석에서 김범수가 150㎞ 직구를 또다시 원바운드로 뿌렸다. 이번에는 최재훈의 미트를 지나 뒤로 흘러 3루주자 임병욱이 홈을 밟아 3-3 동점이 됐다. 기록상 김범수의 폭투가 주어졌다. 블로킹을 해내지 못한 최재훈은 고개를 숙이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브리검의 '이닝당 투구수'
브리검은 정규시즌서 199이닝을 던져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닝 이터'의 필수조건은 투구수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구력과 완급조절. 브리검은 경기 초반 초구 스트라이크를 집중적으로 던지며 투구수를 효과적으로 관리했다. 7이닝 동안 투구수 95개를 기록했으니, 이닝당 평균 13.6개를 던진 셈. 정규시즌 15.5개보다 1.9개 적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인 덕분이다. 브리검은 26타자 가운데 16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특히 1~3회, 3이닝 동안 11명을 상대해 10타자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기록했다. 이날 이 비율은 61.5%로 정규시즌(60.9%)보다 약간 높았다. 포스트시즌 게임의 긴장도를 감안하면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한 셈이다. 넥센은 선발 브리검이 길게 던지면서 오주원과 이보근 2명의 불펜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고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