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케팅 귀재'란 찬사 속에 축구계에 진출, 새로운 꿈을 꾸던 강원FC 조태룡 대표이사의 실험이 미완으로 끝났다.
여러가지 잡음과 구설수 속에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사임을 택했다. 그는 지난 5월부터 각종 비위 혐의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리고 최근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로부터 2년 직무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반박문을 통해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전반적 분위기는 조 대표에 우호적이지 않게 흘렀다. 더는 버틸 수 없었다. 강원 축구계의 민심이 이미 떠났고, 강원FC 구단주(최문순 시장)도 더 이상 조 대표의 방패가 될 수 없었다. 결국 조 대표이사는 고민 끝에 강원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강원 구단은 22일 "조태룡 대표가 21일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조 대표는 절차에 따라 오는 31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15일 비위 혐의로 연맹 상벌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프로연맹은 조 대표를 업무상 횡령과 직권남용, FIFA 윤리강령 위반 등 혐의로 상벌위에 회부했다. 상벌위는 최근 강원도의 특별검사를 통해 조 대표의 여러 혐의들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고 판단했다. 상벌위는 조 대표의 비위 사실로 ▶구단 대표이사 지위를 남용해 구단을 자신의 사익 추구로 전락시킨 행위 ▶구단을 정치에 관여시켜 축구의 순수성을 훼손한 행위 ▶연맹의 정당한 지시사항에 불응하고 연맹이 요구하는 자료 제출을 거부한 행위 ▶K리그 비방 및 명예실추 등 4가지로 판단했다. 이 비위 사실이 FIFA 윤리강령 제19조(이해상반행위 금지), 제25조(직권남용 금지), 제14조(정치적 중립) 위반, 프로연맹 정관 제13조(회원의 의무) 위반으로 봤다.
조 대표는 "저를 둘러싼 모든 논란의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2016년 3월 강원FC 대표이사로 취임해 약 2년 7개월 동안 구단을 경영했다. 2부에 있던 팀을 1부로 끌어올렸다. 2017시즌을 앞두고 정조국 이근호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는 공격적인 투자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상위 스플릿에 올라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올시즌 들어 시련이 시작됐다. 지난 5월부터 불거진 비위 혐의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설상가상으로 팀도 최근 상위 스플릿 진출에 실패했다.
조 대표는 과거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에서 단장으로 뛰어난 마케팅 성과를 거뒀다. 그는 기존과 다른 접근법으로 K리그에 도전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름답게 마무리 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K리그 관계자는 "조 대표는 K리그에 야심차게 왔다. 하지만 K리그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