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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겪은 한화 김태균, '가을남자' 기억 살릴까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 한화 이글스는 그보다 1년을 더한 11년 동안 날개를 웅크리고 있었다.

김태균(36)은 기나긴 암흑기를 지탱할 수 있게 해 준 한줄기 빛이자 희망이었다. 그는 2008년부터 지난해(2010~2011년 일본 진출 기간 제외)까지 매년 3할 타율,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이글스의 얼굴이었다. 그는 KBO리그 통산 타율 3할2푼5리(6248타수 2029안타), 303홈런 1267타점을 기록했다. '레전드' 장종훈의 계보를 잇는 프렌차이즈 스타이자,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간판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은 김태균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73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254타수 80안타), 10홈런, 34타점에 그쳤다. 3할 타율은 이어갔으나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온 13년 연속 100안타 기록도 깨졌다. 출전 경기는 2001년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적었다. 연봉 14억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활약상이다. 부상과 부진으로 2군을 오가는 동안, 후배 이성열,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이 이글스 타선을 주축이 됐다. 이들 덕분에 한화는 페넌트레이스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의 시야에서도 김태균은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후반기 막판엔 경기 후 특타를 자처하면서 타격감을 끌어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여전히 이름값-몸값을 못한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19일부터 대전구장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가 시작된다. 한화의 최대 약점은 경험 부족이다. 11년의 세월 동안 가을야구와 멀어지면서 베테랑급 선수들조차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지 않다. 투수 쪽에선 SK 와이번즈 시절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정우람, 송은범이 버티고 있지만, 타선에선 SK 시절 한국시리즈에 6차례 나섰던 정근우 정도가 눈에 띈다. 변수가 난무하는 포스트시즌에서의 대처 능력 부족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김태균은 이를 해결해줄 적임자로 꼽힌다. 그는 4번의 준플레이오프(2001년, 2005~2007년), 3번의 플레이오프(2005~2007년)를 경험했다. 한화가 마지막으로 나선 한국시리즈(2006년) 때도 중심 타자였다.

사실 김태균은 포스트시즌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 13경기 타율이 1할8푼2리(44타수 8안타)이고 2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플레이오프 10경기에선 타율 2할3푼1리(39타수 9안타), 2홈런, 7타점. 한국시리즈 6경기에선 2할3푼1리(26타수 6안타), 2홈런, 3타점에 그쳤다. 포스트시즌 29경기에서 타율 2할1푼1리(109타수 23안타), 6홈런, 14타점. 중심타자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부진으로 이어진 결과다.

하지만 김태균은 중요한 순간에 존재감을 발산했다. 1999년 유일무이한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7시즌 만에 한화를 한국시리즈로 이끈 것은 김태균의 방망이였다. 지난 2006년 KIA 타이거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김태균은 9회말 끝내기 득점을 올리며 플레이오프행의 발판을 놓았다. 현대 유니콘스와의 플레이오프 주인공은 김태균이었다.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타율 2할9푼4리(17타수 5안타), 2홈런, 6타점 맹활약을 펼치고 MVP에 선정됐다. 그해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선 또 부진했다.

11년 만에 다시 마주한 가을야구다.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가벼운 김태균이다. 자신의 빈 자리를 메운 이성열, 호잉 뿐만 아니라 정규시즌 동안 맹활약한 후배들이 든든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가을의 추억은 '그래도 김태균'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힘든 시즌을 보낸 김태균에게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자존심 회복을 위한 기회다.

김태균은 "가을야구는 모든 선수들이 같이 고생하고 힘을 낸 덕분에 얻은 결과물이다. 내가 큰 힘을 보태지 못한 상황에서 후배들이 기회를 만들어 줘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나도 힘을 내 팀에 보탬이 돼야 할 시점이다. 우리 선수들과 힘을 합쳐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