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KBO리그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도입됐을 때까지만 해도 호불호가 갈렸다. 8개 구단 체제에선 '4강'이 포스트시즌 진출의 기준이었는데, 10개 구단이 되면서 커트라인이 5위까지 내려왔다. 대신 4위팀은 1승을 안고 시작하고, 5위팀은 1경기만 패해도 탈락한다.
처음 도입했을 때는 전체 팀의 절반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런데 첫해 5위 SK 와이번스와 4위 넥센 히어로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린 직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시 연장 11회까지 가는 초접전 끝에 넥센이 5대4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후 와일드카드 제도는 정규 시즌 최고의 흥행 요소로 떠올랐다. 지난 4시즌 동안 5위팀은 5할 승률 전후에서 갈렸다. 그러다보니 2~3개팀이 시즌 막판까지 맞물려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탈락팀이 확정되면, 페넌트레이스 후반에 팬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리그 전체 흥행, 수익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5강 싸움이 시즌 초반보다 오히려 매경기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올 시즌에는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가 정규시즌 최종전 직전까지 5위 경쟁을 했다. 덕분에 8~9월에 뚝 떨어졌던 관중이 늘어 800만 관중을 돌파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5위팀이 4위팀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사례는 없다. 2차전까지 끌고간 팀도 2016년 KIA가 유일하다. KIA는 2016년 1차전 승리 후 2차전에서 0대1로 석패했다. 올해도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가 넥센 히어로즈에 1차전을 내주고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한 경기 만에 허무하게 끝났지만, 그렇다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을야구를 경험한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차이가 크다. 정규시즌 5위가 한 시즌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점이 될 수도 있다. 이렇다보니 하위권팀들이 마지막까지 총력을 쏟게 된다.
다만 현재 리그 수준에선 5위팀이 가을야구의 주인공이 되기는 어렵다. 치열한 순위싸움을 거쳐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도 일정이 불리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시작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2015년 두산같은 '역전 우승'은 역대 4번에 불과하다. 아래에서 올라가는 팀이 받는 심리적인 압박감과 체력적인 열세는 쉽게 극복하기 힘들다.
과연 내년에는 5위팀이 4위팀을 누르고 상위 시리즈에 진출하는 '기적'을 볼 수 있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