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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보다 내실', NC 이동욱 감독 선임으로 읽는 트렌드변화

이제는 감독 선임의 트렌드가 완전히 바뀐 듯 하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구단들이 벗어나기 시작했다. NC 다이노스 이동욱(44) 신임 감독의 선임은 이런 추세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간 KBO리그의 1군 감독이 되려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이 있었다. 현역시절 화려한 커리어를 지닌 레전드, 또는 이미 감독으로서 성적을 통해 검증을 마친 인물. 이제껏 정규시즌 종료 후 새 감독 영입에 나선 팀들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이 두 가지 큰 틀 아래에서 새로운 감독을 물색해왔다. 그러다 보니 점점 감독 후보군의 인력풀이 좁아졌다. 참신함과는 거리가 먼, 오래 봐왔던 '그때 그 사람'이 돌고 도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구태의연하고 낡은 기준으로는 변화하는 야구의 흐름과 젊은 선수들의 분위기를 따라가기 어렵다. '우승 명장'이라고 영입했지만, 기대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한 실패 사례도 여럿 나왔다. 올해만 해도 2010년대 초반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류중일 감독을 영입한 LG 트윈스가 하위권에 머물고 만 사례를 들 수 있다.

반면 이름 값이나 과거의 경력, 명성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팀에 대한 장악력과 배경지식, 야구에 대한 철학 등으로 감독이 된 인물들이 실질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현역 시절 대단한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다. 또 코치 등으로 구단 내부에 오래 몸담아오며 팀 내부사정과 선수들의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젊다는 것도 비슷하다. 막상 이런 인물을 감독으로 앉혔을 때는 프런트의 꼭두각시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이렇게 영입한 감독들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올해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있는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에 앞서 이런 트렌드의 문을 연 인물은 현재 SK 와이번스 단장을 맡고 있는 염경엽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다. 그 뒤를 이어 올해 넥센을 정규시즌 4위로 이끌며 준플레이오프 행까지 성사시킨 장정석 감독도 비슷한 경우에 해당한다.

염 단장은 태평양 돌핀스-현대 유니콘스에서 현역 생활을 마친 뒤 구단 프런트, 스카우트, 코치 등을 거치며 2012년 만 44세에 넥센 신임 감독에 선임됐다. 당시에는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컸다. 그러나 염 감독은 팀을 꾸준히 포스트시즌으로 인도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끝에 지난해 초 SK 단장으로 영입됐다.

김태형 감독도 비슷하다. 1990년 OB베어스에서 프로에 데뷔해 주전포수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했지만, 그는 당대의 '스타플레이어'와는 거리가 약간 있었다. 화려하지 않게 내실을 추구하는 스타일이었다. 2001년 플레잉 코치로 시작한 코치 경력만도 14년에 달한다. 2011년 말부터는 SK로 팀을 옮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했다. 물론 그의 뿌리는 '베어스'였다. 이 과정을 거쳐 만 47세인 2014년 가을 두산 신임 감독으로 취임한 김 감독은 2015년부터 팀을 다시 최강의 반열에 올려놨다.

부임 2년차인 넥센 장정석 감독 역시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이다. 현대 유니콘즈(1996~2002)와 KIA 타이거즈(2002~2004)에서 짧고 조용하게 현역 생활을 보낸 장 감독은 2005년부터 11년간 구단 프런트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 유니콘즈의 몰락과 히어로즈의 창단, 넥센 히어로즈가 되기까지 전 과정을 선수들과 함께 해왔다. 당연히 팀내 사정에 정통하고, 선수들을 통솔하는 능력이 뛰어날 수 밖에 없다. 비록 부임 첫해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올해는 이를 보완해 포스트시즌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장 감독은 만 43세에 감독으로 선임됐다. NC가 창단 첫해부터 코치로 팀에 기여해 온 이동욱 신임감독을 선임한 배경에는 이런 기존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의도도 담겨있을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