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의 차세대 에이스' 조재성(23)은 희소성 있는 왼손잡이 공격수다. 하지만 지난 두 시즌 동안 '원포인트 서버'로 뛸 수밖에 없었다. 라이트 공격수를 주로 외국인선수로 채우다 보니 조재성이 설 자리는 없었다. 왼손잡이 공격수 서재덕(한국전력)과 같은 처지였다.
'소포모어(2년차) 징크스'도 겪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혔다. 이를 지켜보던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44)은 조재성을 다독거리지 않았다. 오히려 독하게 몰아세웠다.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실전 무대로 내보냈다. 지난해 12월 5일 KB손해보험전이 딱 그랬다. 5세트 13-14로 뒤져 한 점을 따내야 승부를 이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조재성을 '원포인트 서버'로 투입했다. 하지만 서브가 그만 네트에 걸리면서 허무하게 패하고 말았다. 조재성의 배구인생에서 가장 잔인한 순간이었다.
김 감독의 강한 조련 속에 성장한 조재성은 2018~2019시즌 당당하게 주전 라이트 공격수를 꿰찼다. 사실 처음에는 운이 좋았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레프트 송희채가 자유계약(FA)으로 삼성화재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면서 김 감독은 자연스럽게 레프트와 라이트를 겸할 수 있는 요스바니를 뽑을 수밖에 없었다. 요스바니가 레프트에서 시작하면서 조재성은 라이트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첫 무대는 기대한 만큼 역할을 해냈다. 조재성은 1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2018~2019시즌 도드람 V리그 홈 개막전에서 17득점으로 팀의 세트스코어 3대1 역전승을 견인했다. 김 감독은 "훈련한 만큼 나왔다. 첫 경기치곤 잘 해줬다"고 칭찬했다. 조재성은 "솔직히 요스바니에게 많이 기대는 부분이 있었다. 연습경기 때 못했던 부담감을 떨치고 하고싶은 대로 했다. 열심히 뛰어다녔다.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조재성을 더 이상 야생에 방치하지 않았다. 따뜻하게 품어줬다. 조재성은 "비 시즌 기간 성균관대, 일본 팀과 연습경기를 했을 때 많이 흔들렸다. 감독님께서 방으로 부르시더라. 그리고 자신의 현역시절 비디오테이프를 틀어주셨다. 그 때 움직임을 많이 배웠다. 감독님께서 '수비한 뒤 반격할 때, 이단으로 연결된 공을 때릴 때 빨리 뒤로 빠졌다가 차고 들어가라'고 조언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감독님은 타고 나셨으니까 점프력도 좋고 블로킹도 그만큼 하셨던 거죠'라고 말씀 드렸다. 그러자 감독님께서 '나, 노력형이야. 점프력 높이려고 매일 새벽마다 발목에 모래주머니 차고 산을 뛰어다녔어. 그래서 이제 산은 쳐다도 안 봐'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조재성은 이 말을 듣고 김 감독을 더 닮고 싶어졌다. 빠르지 않은 발은 웨이트 훈련으로 극복하려고 노력 중이다. 다만 라이트 공격수로서 키가 작고 팔이 짧기 때문에 블로킹에서 다소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조재성의 배구인생에서 최대 목표인 '트리플 크라운(서브, 블로킹, 후위공격 3개씩)' 달성이 결코 쉽지 않다. 조재성은 "트리플 크라운을 정말 해보고 싶다. 그 동안 블로킹이 부족했다. 기술적인 조언들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며 싱긋 웃었다. 안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