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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 휘고 천장 물 뚝뚝'…중흥건설 새 아파트 곳곳 부실시공 의혹

수년전 오너의 횡령 사건으로 빈축을 샀던 중견건설사 중흥건설이 최근 연이은 부실공사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약 1600가구 규모로 조성된 충북 청주의 새 아파트에서 3만4000여건의 하자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부산 명지국제신도시에 건설한 아파트에서도 부실시공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입주민들은 "명품 아파트라고 홍보하더니 실상은 하자 투성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중흥건설은 내부거래 비중이 셀트리온 다음으로 높아 경영투명성 논란에 휩싸이는가하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 시공능력 평가'에서 지난해보다 20단계 추락한 59위를 기록하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청주 이어 부산에서도 부실시공 의혹 제기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흥건설이 조성한 아파트 단지들에서 잇따라 부실시공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중흥건설이 충북 청주 방서지구에 공급한 중흥S-클래스 아파트 입주민들은 곳곳에서 부실시공이 의심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 방서지구 중흥-S클래스는 22개동, 모두 1595세대 규모로 지어졌으며, 3.3㎡당 평균 분양가는 869만원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새 아파트다.

입주민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누수, 벽 뒤틀림, 창문틀 고장까지 하자 민원의 종류는 다양하다. 실제 입주 후 접수된 하자 건수가 3만40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입주민은 "반듯해야 할 벽면이 휜 것처럼 한쪽방향으로 튀어나와 있다. 이로 인해 가구를 제대로 고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입주민은 "창틀 불량으로 창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세대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천장 누수, 소방용 스프링쿨러 미설치, 배관공사 부실 등의 하자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급기야 입주민들은 '하자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지난 7일과 14일 아파트 정문 앞에서 중흥건설의 부실공사 규탄 집회를 열었다. 또한 이들은 하자가 명백한 아파트를 준공 승인해 준 청주시를 강하게 비판하는 한편 시 해당 부서에 대한 감사 요구서를 국민신문고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흥건설은 "입주민들과 지속적으로 하자 처리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이 곳 뿐만 아니라 중흥건설이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에 조성한 '중흥S-클래스 더테라스'에서도 부실·하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명지 중흥S클래스 더테라스'는 전체 16개동 4층 규모로 84㎡ 8개 타입, 총 222가구로 구성됐으며, 4억원 가량에 분양돼 이달말 입주를 앞두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에 따르면 지난 6일 사전점검 기간에 곳곳에서 부실·하자 의혹이 발견됐다는 것. 안방, 복도, 천장 등 여러 곳에서 누수 현상이 발견되고 창문틀이 벌어지거나, 벽체나 가구가 일부 깨진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곳 입주 예정자들 역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한편 중흥건설측의 성의 있는 사과와 신속한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한 입주 예정자는 "입주 날짜를 무리하게 맞추기 위해 날림 공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며 "입주를 늦추더라도 추가 보수 공사 뒤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중흥건설은 전남 순천시 신대지구에 공급한 아파트에서도 2016년 18만건의 하자가 드러나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입주민들은 중흥건설이 제대로 하자보수를 해주지 않는다며 7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높은 내부거래 비중도 논란…셀트리온에 두 번째

이에 앞서 중흥건설은 높은 내부거래 비중과 경영투명성 논란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중흥건설의 내부거래 비중은 27.4%로, 60개 집단 소속 계열사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 11.9%의 2배를 넘는다. 이는 셀트리온(43.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특히 중흥건설 계열사 중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곳은 모두 8곳으로 집계됐다.

중흥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4824억원의 매출에 영업이익 273억원, 순이익 3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비슷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절반 가량 감소했다. 이에따라 중흥건설은 2018년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59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0단계 추락한 것이다.

한편, 중흥건설 오너 2세인 정원주 사장은 지난 2015년 계열사 자금 수 백억원을 임의 사용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이듬해 열린 항소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구속 4개월여 만에 풀려났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