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뉴스&분석]벼랑 끝 FC서울, 왜 최용수 감독을 다시 불렀나

'벼랑 끝' FC서울의 선택은 최용수였다.

FC서울은 11일 '최용수 감독을 FC서울의 제12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2021년까지'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최 감독은 상암벌을 떠난 지 2년 4개월 만에 컴백했다. 최 감독은 2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1부 리그) 33라운드 원정경기부터 벤치에 앉는다.

▶최악의 상황에 꺼내든 '독수리' 카드

최악의 상황이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 서울은 11일 현재 K리그 32경기에서 8승11무13패(승점 35)를 기록, 9위(12팀 중)에 머물러 있다. 최근 9경기(3무6패) 연속 무승의 깊은 부진에 빠졌다. 지난 주말 전남 원정에서 지면서 사상 첫 '하위 스플릿'이 결정됐다. 최하위 인천(승점 30)과 승점 5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제는 K리그2(2부) 강등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결단이 필요했다. 하지만 대체 카드가 마땅하지 않았다. 서울은 황선홍 감독이 4월말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을용 감독대행 체제를 꾸렸지만, 반등은 쉽지 않았다. 최근 이재하 단장마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났다. 서울은 이 총체적 난국을 타개할 최적임자로 선수들과 프런트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구관' 최용수 감독을 선택했다.

▶꽃길 걸었던 서울과 독수리의 '조합'

'독수리' 최 감독은 사실상 마지막 카드였다. 동시에 최고의 선택이기도 했다. 최 감독과 서울의 케미스트리는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서울을 대표하는 최고의 레전드다. 1994년 서울(전 LG치타스)에서 프로에 데뷔해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2000년 팀이 우승할 당시에는 MVP에 오르기도 했다.

지도자로서도 꽃길을 걸었다. 2011년 감독대행으로 서울 지휘봉을 처음 잡은 뒤 2016년 리그 중반까지 여러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2년 감독 부임 첫 해 K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K리그 단일 정규리그 최다 승점(96점) 및 최다 승(29승) 기록을 썼다.

2013년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수여하는 '올해의 감독상'을 거머쥐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에는 FA컵 준우승 및 ACL 2년 연속 4강 진출을 이뤄냈다. 2015년에는 서울을 FA컵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는 2016년 5월 14일 성남전 승리로 K리그 최연소, 최단기간, 최고승률 100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최 감독의 지휘 아래 서울도 훨훨 날았다.

▶독수리의 카리스마가 필요한 때

문제는 현재다. 과거의 영광을 돌아볼 시간은 없다. 당장 어수선한 팀 분위기부터 다잡아야 한다.

서울은 리그 9경기에서 3무6패를 기록하며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의 분위기만 놓고 본다면 강등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스플릿 라운드를 포함해 아직 6경기가 남아있다. K리그1 잔류 및 다음 시즌 반등을 위해서라도 '유종의 미'를 거둘 필요가 있다.

올 시즌 내내 서울을 괴롭힌 잡음도 걷어내야 한다. 7월에는 경기 중 고요한과 안델손이 날선 언쟁을 펼친 바 있다. '내부분열'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시선이 따라붙었다. 최근에는 박주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이 논란이 됐다. 박주영은 지난달 '올 시즌 단 하루도 부상이나 컨디션 문제로 훈련을 쉰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7월 22일 이후 1군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 부상 여파라는 보도에 적극 해명했다. 그러나 시각에 따라 자칫 1군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은 벤치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해석될 수 있다.

최 감독은 서울 재임 기간 중 강력한 카리스마로 팀을 이끌었다. 표류 중인 현 상황에서는 최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안팎의 진단이다.

2년 4개월 만에 상암벌로 돌아온 독수리. 과연 그가 땅에 떨어진 명가의 자존심을 다시 끌어올리며 '서울의 봄'을 재현할 수 있을까. 독수리의 힘찬 날갯짓에 축구계의 관심이 쏠린다.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