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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빈 '한국시리즈 자체가, 막 전역한 제게는 큰 선물이죠'

정수빈(28·두산 베어스)은 "제가 우리 팀 한국시리즈 진출에 공헌한 게 없는데…"라고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KBO리그 최고 무대, 한국시리즈(KS)를 누비는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이 뛴다.
10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정수빈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면 정말 고마운 마음으로 열심히 뛰겠다. 한국시리즈 출전 자체가 9월에 전역한 내게는 큰 선물이다"라고 말했다.
정수빈은 거듭 몸을 낮췄지만, 전역 직후인 9월 8일 팀에 합류해 24경기에서 타율 0.341, 2홈런, 20타점, 5도루로 활약한 그도 한국시리즈에 나설 자격이 있다.
김태형 감독은 "정수빈이 팀에 합류한 덕에 타순을 짤 때 고민이 확 줄었다"고 했다.
발 빠른 좌타자이자, 공을 맞히는 재능을 갖춘 정수빈은 때론 톱타자로 나서고, 때론 9번 타순에 서서 상위 타선에 기회를 제공한다.
짧은 순간이지만, 성적으로 가치를 증명했다.
정수빈은 3차례 한국시리즈에 나선 경험도 있다. 기쁨도 슬픔도 맛봤다.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율 0.217(23타수 5안타)로 부진해, 팀의 패배를 그라운드에서 지켜봤다.
2015년에는 타율 0.571(14타수 8안타)로 맹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입대를 앞두고 나선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석에 서지 못하고, 대주자·대수비로만 나섰다.
두산은 2015, 2016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



정수빈은 "일단 팀이 우승하면 내 성적과 관계없이 기쁘다. 그래도 개인 성적까지 좋으면 금상첨화"라며 "2015년 한국시리즈는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2016년에는 나보다 다른 동료가 경기에 뛰는 게 팀을 위한 길이었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는 정수빈이 그라운드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일단 정수빈은 '최상의 상태'로 한국시리즈를 맞고자 노력 중이다. 그는 최근 배트를 짧게 쥔다.
정수빈은 "내가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방식이다.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다. 일단 맞혀야 사는 타자"라며 "출루에 성공하지 못하면 내가 뛸 이유가 줄어든다"고 했다.
그는 '모방'을 끝내고, 자신의 것을 찾는 중이기도 하다.
정수빈은 2015년 서건창(넥센 히어로즈)의 타격 자세를 따라 해 눈길을 끌었다. 지금은 '정수빈만의 타격 자세'를 취한다.
정수빈은 "서건창 선배는 물론 리틀야구 선수 타격 자세도 따라 했다. 모방하고,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나만의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자신이 군 생활을 하는 동안 부쩍 자란 동갑내기 친구들을 보면 의욕이 더 생긴다.
정수빈과 함께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우승한 허경민과 박건우는 두산의 주축 선수로 성장했다.
정수빈은 "두 친구는 고교 시절부터 나보다 야구를 잘했던 선수다. 나보다 잘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며 "나도 함께 잘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나는 정말 많이 부족한 선수"라고 겸손해했지만, 정수빈 덕에 두산의 전력은 더 상승했다. 한국시리즈에 나설 자격도 충분하다.
jiks79@yna.co.kr
<연합뉴스>